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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0. - L. 톨스토이

Joyfule 2018. 12. 23. 01:4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10. 내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은 
    세묜은 미하일 곁으로 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미하일은 걸상에서 일어나 일감을 놓고 앞치마를 벗은 다음, 
    주인 내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용서하십시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님. 
    하나님께서 용서하셨으니 두 분께서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인 내외는 미하일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세묜은 일어나 미하일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미하일, 나도 알고 있네. 
    자네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 
    붙잡을 수도 없고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다는 것을 말야. 
    하지만 하나만 대답해 주게. 
    내가 자네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자네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아내가 밥상을 차려주자 빙그레 웃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네.
    그 후 나리가 장화를 주문했을 때 자네는 다시 빙그레 웃으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지? 
    그리고 지금 아이들이 왔을 때 자네는 세 번째로 빙그레 웃으면서 온몸에서 빛이 났네. 
    말해 주게, 미하일. 
    어째서 자네 몸에서 빛이 나며, 왜 세 번 웃었는지."
    미하일이 대답했다.
    "내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은 내가 하나님의 벌을 받았다가 이제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세 번 웃은 것은 하나님의 세 마디 말씀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는 하나님의 세 마디 말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 말씀은 주인마님이 나를 가엾게 여기셨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웃었습니다. 
    또 한마디 말씀은 부자 나리가 장화를 주문했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웃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말씀은 방금 두 여자아이를 보았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웃었습니다."
    세묜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미하일, 당신은 무슨 죄로 하나님의 벌을 받았으며, 
    그 세 마디 말씀은 무엇인지 말해주시오."
    미하일이 대답했다.
    "내가 벌을 받은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늘의 천사였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습니다. 
    하루는 하나님께서 어느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내려와 보니 그 여인은 아파서 누워 있었습니다. 
    쌍둥이 딸을 낳았던 것입니다. 
    갓난아기는 엄마 곁에 꿈틀거리고 있었으나 엄마는 젖을 줄 힘도 없었습니다.
    여인은 나를 보자 하나님께서 자기 영혼을 부르신 것을 알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천사님! 제 남편은 나무에 깔려 며칠 전 죽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키워줄 고모도 이모도 할머니도 없습니다. 
    제발 이 애들이 클 때까지 내가 키울 수 있도록 내 영혼을 가져가지 마십시오.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한 아이에게 젖을 물려주고, 
    한 아이는 어머니 팔에 안겨준 뒤 하늘 나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곁으로 가서 말했습니다.
    '저는 산모의 영혼을 가져올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나무에 깔려 죽고, 
    여자는 쌍둥이를 낳고는 자기 영혼을 거두어가지 말아달라고 비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클 때까지 제 손으로 키우게 해달라,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 수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산모의 영혼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가서 산모의 영혼을 데려오너라. 
    그러면 세 가지 말의 뜻을 알게 되리라.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알게 되면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오게 되리라.' 
    나는 세상으로 내려와 산모의 영혼을 빼앗았습니다.
    갓난아이들은 어머니의 가슴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시체가 뒹굴며 짓누르는 바람에 
    한 아이는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됐습니다. 
    나는 여자의 영혼을 데리고 하나님께 올라가려고 했습니다만,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제 날개를 꺾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의 영혼만 하나님께로 가고, 
    저는 땅 위에 떨어져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