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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7. - L. 톨스토이

Joyfule 2018. 12. 19. 15:3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7. 장화는 이제 필요없어요 
    세묜은 미하일에게 말했다. 
    "일을 맡기는 했지만 무슨 일이 없을지 걱정이군. 
    가죽은 비싸고, 나리는 깐깐하니까 말야. 실수를 하면 안 돼. 
    자네는 나보다 눈도 밝고 솜씨도 좋으니까 잰 것을 자네에게 맡기겠네. 
    가죽을 재단하게. 나는 겉가죽을 꿰매도록 함세."
    미하일은 주인 말대로 가죽을 받아 들고 
    책상 위에 두 겹으로 포갠 다음 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마뜨료나는 미하일의 곁으로 가서 보고 깜짝 놀랐다. 
    마뜨료나도 장화 만드는 것을 봐서 알고 있었다. 
    미하일은 장화 모양과 달리 가죽을 둥글게 자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뜨료나는 한마디 하려다 말았다.
    '내가 장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못 들었는지도 몰라. 
    나보다 미하일이 잘 알 테니 참견 말아야지.'
    미하일은 가죽을 자르고 실을 꿰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화가 아닌 슬리퍼를 꿰맬 때처럼 겹실이 아니라 한 겹으로 깁고 있었다. 
    마뜨료나는 이번에도 깜짝 놀랐으나 참견하지 않았다. 
    미하일은 열심히 깁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어 세묜이 자리에서 일어나다 보니 
    미하일은 가죽으로 슬리퍼를 한 켤레 꿰매어 놓고 있었다.
    세묜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미하일은 일 년이나 같이 살면서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 
    하필 지금 실수를 하다니. 
    나리는 굽이 달린 장화를 주문했는데 평평한 슬리퍼를 만들어 놓았으니 
    가죽을 버리지 않았나. 이걸 어떻게 물어주지? 이런 가죽은 구할 수도 없는데.' 
    그는 미하일에게 말했다.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내 목을 자르려는 거야? 
    나리는 장화를 주문했는데 자네는 무엇을 만든 거야?"
    세묜이 미하일에게 이렇게 막 이야기를 꺼내는데, 
    계단에서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누군가 타고 온 말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아까 그 나리의 하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시오. 그런데 무슨 볼일로 왔나요?"
    "장화 때문에 주인마님의 심부름을 왔어요."
    "장화 때문에?"
    "장화는 이제 필요 없어요. 나리께서 돌아가셨으니까요."
    "뭐라고!"
    "집으로 돌아가시던 마차에서 돌아가셨어요. 
    마차가 집에 도착하여 부축해 드리려고 가보니 나리는 짐짝처럼 뒹굴고 계셨어요. 
    벌써 세상을 떠나 송장이 된 거예요. 간신히 끌어내렸죠. 
    그래서 마님께서 저한테 말했어요.
     '너 구두장이에게 가서 전해라. 
    아까 주문한 장화는 필요 없게 되었으니
     대신 죽은 사람이 신는 슬리퍼를 빨리 만들어 달라고 말야. 
    그리고 만드는 동안 기다렸다가 가지고 오라'고요."
    미하일은 남은 가죽을 둘둘 말았다. 
    그리고 다 만든 슬리퍼를 들고 탁탁 치더니 앞치마에 문지른 다음 하인에게 주었다. 
    젊은 하인은 슬리퍼를 받아 들고
     "안녕히 계십시오, 여러분!" 하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