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 오인태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그 여름 내내 기차는 하필 잠들지 못하는
늦은 밤이나 너무 일찍
깨어버리고야 마는 새벽녘에야
당도해서 가슴을 밟고 지나갔다.
레일이 사람의 가슴에도 있는 것임을
그 해 여름 그 역 부근에 살면서,
한 사람을 난감하게 그리워하면서
비로소 알았다.
낮 동안 기차가 오고,
또 지나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딸랑딸랑 기차의 당도를
알리는 종소리는 늘 가슴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 순간 레일 위의 어떤 금속이나
닳고 닳은 침목의 혈관인들
터질 듯 긴장하지 않았으랴.
기차는 견딜 수 없는 육중한
무게로 와서는 가슴을 철컥철컥 밟고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아주 짧게,
그러나 그 무게가 얼마나 오래도록
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는지를..
아, 기차는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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