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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다 - 2008년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Joyfule 2012. 5. 7. 08:56

 

 

사랑을 믿다 - 2008년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ㆍ단편소설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을 엄선해 수록한 2008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 외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는 어긋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또한 동시에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작가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사연이 아닌, 사랑의 보잘것없음을 긍정하면서 어떻게 사랑을 믿게 되었는가를 들려준다.

올해의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와 자선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으로 정영문 씨의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 씨의 <그 여름의 수사>, 김종광 씨의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 1>, 윤성희 씨의 <어쩌면>, 천운영 씨의 <내가 데려다줄게>, 박형서 씨의 <정류장>, 박민규 씨의 <낮잠> 등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담고, 각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함께 실었다.
■대상 수상 작가 권여선에 대하여
196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인하대 국문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으로 《처녀치마》《분홍 리본의 시절》이 있다. 오영수 문학상을 수상했다.


■우수상 수상 작가에 대하여
정영문
1965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1996년 《작가세계》에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으로 등단.
소설집 《달에 홀린 광대》《꿈》《검은 이야기 사슬》《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장편소설 《하품》《중얼거리다》《겨우 존재하는 인간》《핏기 없는 독백》등.
동서문학상 수상.

하성란
1967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로 등단.
소설집 《루빈의 술잔》《옆집 여자》《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웨하스》,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삿뽀로 여인숙》《내 영화의 주인공》등.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수문학상 수상.

김종광
1971년 충남 보령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으로 등단.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 당선.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모내기 블루스》《짬뽕과 소주의 힘》《낙서문학사》, 장편소설 《71년생 다인이》《야살쟁이록》《율려낙원국》등.
신동엽창작상 수상.

윤성희
1973년 경기 수원 출생.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으로 등단.
소설집《레고로 만든 집》《거기, 당신?》《감기》등.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수상.

천운영
1971년 서울 출생.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및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늘>로 등단.
소설집 《바늘》《명랑》, 장편소설 《잘가라, 서커스》.
신동엽 창작상, 올해의 예술상 수상.

박형서
1972년 강원도 춘천 출생.
한양대 국문과 및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석사 과정 수료.
2000년 《현대문학》에 단편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로 등단.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자정의 픽션》등.

박민규
1968년 경남 울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문학동네》신인작가상에 《지구영웅전설》로 등단.
소설집 《카스테라》, 장편소설《지구영웅전설》《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핑퐁》등.
문학동네작가상, 한겨례문학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 제32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서

대상 수상작
권여선 │ 사랑을 믿다

대상 수상 작가 자선 대표작
권여선 │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우수상 수상작(등단연도 순)
정영문 │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 │ 그 여름의 수사
김종광 │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 - 율려, 낙서공화국 1
윤성희 │ 어쩌면
천운영 │ 내가 데려다줄게
박형서 │ 정류장
박민규 │ 낮잠


제32회 이상문학상 선정 경위와 총평

각 심사위원들의 중심적 심사평
김윤식 │ '워낙 몰리면'이라는 문제적 설정과 그 소설 문법에 어울리는 아포리즘적 문체
서영은 │ 가장 뛰어난 작가의 존재의 깊은 내면 탐색
윤후명 │ 사랑에 대한 끈질긴 탐구
권영민 │ 디테일의 생략과 숨기기의 방법을 통해 통속으로부터 건져 올린 새로운 사랑의 서사
권지예 │ 드러내지 않은 것에서 진실을 보게 하다

대상 수상 작가 권여선의 수상 소감과 문학적 자서전
수상 소감 │ 코스모스 꽃밭처럼 아름답게 흔들리고 싶다
문학적 자서전 │ 용서를 비는 글

권여선의 작품세계와 작가 권여선을 말한다
작품론 │ 사랑의 교환경제와 체념의 윤리
작가론 │ 관계의 탐사자

*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방법

2008년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드디어 출간됐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중ㆍ단편소설만을 모아 싣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독특한 심사 과정과 한국 소설 문학의 황금부분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탁월한 작품성을 지닌 수상작으로 인해 현대 소설의 흐름을 대변하는 한국 소설 미학의 절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008년 이상문학상 대상은 심사위원 5인(김윤식, 서영은, 윤후명, 권영민, 권지예)의 심사숙고 끝에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가 선정되었다.
올해의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는 어긋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또한 동시에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작가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사연이 아닌, 사랑의 보잘것없음을 긍정하면서 어떻게 사랑을 믿게 되었는가를 들려준다. 이처럼 ‘드러내기’보다는 ‘숨김’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하는 새로운 기법은 오늘날 소설이 빠져들기 쉬운 상상력의 부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서사의 미학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올해의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와 자선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으로 정영문 씨의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 씨의 <그 여름의 수사>, 김종광 씨의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 1>, 윤성희 씨의 <어쩌면>, 천운영 씨의 <내가 데려다줄게>, 박형서 씨의 <정류장>, 박민규 씨의 <낮잠> 등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고루 포진해 읽는 재미와 맛을 더욱 더해주고 있다.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 대상 선정 경위
2008년도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1월 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이상문학상 최종 심사 회의를 가졌다. 심사위원으로는 비평가 김윤식, 비평가 권영민(《문학사상》편집주간), 소설가 서영은, 소설가 윤후명, 소설가 권지예 씨가 참여하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가운데 문학비평가, 문예지 편집장, 문학 담당 기자, 문학 연구자 등의 후보작 추천을 거쳐 예비심사 과정을 통과하여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과 같다.

권여선 <사랑을 믿다> / 정영문 <목신의 어떤 오후> / 하성란 <그 여름의 수사> / 김종광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 1> / 윤성희 <어쩌면> / 천운영 <내가 데려다줄게>/박형서 <정류장> / 박민규 <낮잠>

최종 심사 과정에서 서사적 기법과 소설의 정신 문제를 중심으로 심사위원들의 다양한 토론이 어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권여선 씨와 박민규 씨의 작품에 관심이 모아졌고, 결국 남녀의 사랑에 대한 감정과 그 기복을 두 겹의 이야기 속에 감추어 묘사한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대상 수상작 <사랑을 믿다>에 대하여
<사랑을 믿다>는 두 남녀의 만남을 서사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연애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바로 자신들이 서로 모른 채 지나쳐버린 사랑의 느낌을 알아차린다. 이 평범한 소재를 사랑의 문법이라는 하나의 서사 원리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작가 특유의 소설적 기법이 동원된다.
이 작품의 텍스트에는 두 겹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있다. 겉 이야기에서 ‘나’는 예전의 친구였던 그녀를 다시 만난다. 그녀는 평범하지만 콧날 끝에서 윗입술에 이르는 단정한 인중선을 지녔다. ‘나’는 그녀의 단골 술집에서 만나 각각 실패한 사랑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고모의 죽음에 얽힌 짤막한 이야기 한 토막이 속 이야기로 자리한다. 실연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감정과 그 기복이 이 두 겹의 이야기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다.
서른다섯, ‘나’는 지금 내 생애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가장 밝은 날을 살고 있다. ‘나’는 지금 그녀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것은 스물아홉 때 그녀의 작은 노랫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여자의 새된 노래에 혹한 자신의 어두움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다. 그 시린 진리를 ‘나’는 지금 받아들이고 있다.
이 작품은 디테일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끝까지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깨달음이 들춰나지 않도록 ‘숨기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서술 방식은 ‘드러내기’의 방법을 통해 추구해온 리얼리티의 성과 못지않은 새로운 서사의 공간을 창조한다. 이 공간은 물론 작가의 몫이라기보다는 독자의 몫에 해당한다. 이른바 상상적 참여에 의해 독자들이 더욱 풍요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이 공간에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 수상 작가 권여선의 ‘수상 소감’ 중에서
재주 없이 생각만 앞서는 통에 어느 길로 갔어도 헤매는 시간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은 제게 참으로 녹록지 않은 세월과 수업료를 지불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완료형으로 얘기하니 마치 글쓰기를 졸업이라도 한 듯한 태도 아닙니까. 역시 또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상에 섞이기 위해서, 질투를 덜 하기 위해서, 밟히지 않기 위해서, 끝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목마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얘기해야겠습니다. 상이 독이 되기도 한다는 뭐 그런.
이 상을 저의 부족함에 대한 경고로 알겠다느니, 더 정진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느니 말로야 번지르르 주워섬길 수 있지만 저 같은 얼치기에게 결국 상이란 너 잘났다는 인정의 표징인 것입니다. 문학상이면 한마디로 너 잘 쓴다는 뜻인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 나 잘 쓴다 생각하는 순간 피식 거품이 꺼지고 무언가 바싹 옴츠라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틈만 나면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제가 글 앞에서는 흡사 벌레와 같다고 느낍니다. 그깟 꼬물꼬물한 벌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채찍질을 한들 얼마나 더 빨리 길 수 있겠습니까.

■심사위원들은 대상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를 이렇게 격찬했다!
묘사체에서도 서술체에서도 한발 물러선 자리에 서서 작가 권여선 씨는 곳곳에다 아포리즘적 문체를 내세움으로써 주인공의 인중선의 또렷함처럼 작품의 논리성을 구축해놓았다.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소재를 마름하는 독창성에서 보면 권여선은 단연 뛰어난 작가이다. 표면적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어떤 것이든, 작가는 항시 존재의 저 깊은 내면에 침전되어 있는 고통?외로움?공포를 조준하고 있고, 범상한 일상의 장면을 통해 느닷없이 그 깊은 틈을 드러낸다. 서영은(소설가)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는 사랑에 대한 끈질긴 탐구를 보여주면서 일상의 허구를 날카롭게 적시한 소설이다. 사물, 인생과 거리를 유지하며 관찰하는 방법도 새로운 것이다. 여느 소설들과는 다른 글쓰기가 돋보이는 한편, 생각의 깊이가 적절히 곁들여져 있다. 윤후명(소설가)

<사랑을 믿다>는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들춰내지 않고 '숨기기'에 성공한 작품으로, 이러한 서술 방식을 통해 통속으로 빠져들기 쉬운 사랑이라는 주제를 소설적으로 다시 살려낼 수 있게 한다. 권영민(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권여선의 소설은 그리 명확하지도 친절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감춘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은 것에서 우리는 결국 진실을 보게 되며 그런 것들은 오래 아름답다. 감춤의 미학이란 게 이런 걸까. 권지예(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