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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 이정화

Joyfule 2009. 4. 11. 08:57

    사순절에 - 이정화 백합 항기 가득한 성전에서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십자가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가슴이 막막해져 옵니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고통가운데 몸을 내맡기신 당신을 묵상하면 조그만 십자가 하나 감당하지 못해 자꾸만 뒷걸음치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당신의 사랑 가운데 지나온 나날들 당신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되던 첫사랑의 감격이 희미해져 갈 즈음 어느새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고 있는 나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빌라도입니다 은 삼십에 당신을 팔아넘긴 유다입니다 당신을 위해 옥합 하나도 깨트리지 못하면서 자꾸만 당신을 향해 달라고만 하는 나는 철부지 어린아이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죄 때문에 목이 마르고 우리는 세상의 욕심으로 오늘도 목이 마르나이다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세상을 버릴 수 없는 나는 날마다 세상의 바다 가운데서 허우적거리며 목마른 세상 속으로 달려갑니다 용서하소서 바람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고 세상과 간음한 나의 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