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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현장 - 이성우

Joyfule 2009. 4. 11. 00:54
          
        십자가의 현장 - 이성우 
        가만히 눈을 감으면  
        내마음은
        회칠한 무덤들이 빛을 발하는
        골고다 언덕길로 향한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병정들에 이끌려 
        가파른 비탈길을 걸으시던 그분
        오직 침묵으로 사랑을 표현했네
        고요가 흐르고 깊은 밤
        빌라도 법정으로 옮겨 갈때
        새벽닭은 울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이 쉰 베드로
        손등으로 눈물을 흠친다
        갈보리산 등 선에서
        목이 곧은 무리가 피를 부르는데 
        그 손
        그 발을 가늠하며
        매몰차게 못질을 한다
        엘리 엘리 라막 사막다니
        속죄의 분만[分娩]하는
        산실[産室]의 신음 앓는 소리
        못 자국에서
        창 자국에서
        거친 십자가를 타고
        흘러 적시는 피
        진액을 쏟으시던 뜨거운 피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부드러운 음성에
        침묵이 흐르고
        현장의 사람들은 
        그 분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화창한 봄과 함께 
        심중에서 받들고 싶은 
        갈보리의 십자가
        거기서 살아야 할 생명이 흘러나와
        삶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노래할 합창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