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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현장 - 이성우
가만히 눈을 감으면
내마음은
회칠한 무덤들이 빛을 발하는
골고다 언덕길로 향한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병정들에 이끌려
가파른 비탈길을 걸으시던 그분
오직 침묵으로 사랑을 표현했네
고요가 흐르고 깊은 밤
빌라도 법정으로 옮겨 갈때
새벽닭은 울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이 쉰 베드로
손등으로 눈물을 흠친다
갈보리산 등 선에서
목이 곧은 무리가 피를 부르는데
그 손
그 발을 가늠하며
매몰차게 못질을 한다
엘리 엘리 라막 사막다니
속죄의 분만[分娩]하는
산실[産室]의 신음 앓는 소리
못 자국에서
창 자국에서
거친 십자가를 타고
흘러 적시는 피
진액을 쏟으시던 뜨거운 피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부드러운 음성에
침묵이 흐르고
현장의 사람들은
그 분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화창한 봄과 함께
심중에서 받들고 싶은
갈보리의 십자가
거기서 살아야 할 생명이 흘러나와
삶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노래할 합창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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