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활력을 주는 우스갯소리 - 임병식

6.25 전쟁직 후에 '자유부인'이란 소설을 써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설가가 있다. 소위 남여사이 불륜을 다룬 사회소설인데, 대학교수 부인의 춤바람을 다뤄서 남자교수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다. 한데, 수년 전 이번에는 어느 교수가 반대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소설을 써서 세상이목을 집중 시켰다. 노골적인 성 묘사를 하는 바람에 음란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판단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매우 애매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삼겹살에는 어차피 비게살이 붙어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속담에 있는 말처럼 '복 있는 여자는 앉아도 요강 꼭지에 앉고, 재수 없는 과부는 봉놋방에 누워도 고자 옆에만 눕는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일까.
우스갯소리는 언어의 유희성이외에 은밀하고 내밀은 내용을 또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유행했던 다음의 말은 전자에 속하는 것이다. 버스 차장이 "청량리 중량교 가요"하고 외치는 소리가 "차라기 죽는게 나요"하고 들렸다거나, "갈치가 천원!"하고 외치는 소리가 "같이가 처녀!"로 들렸다는 얘기가 그것인데 그야말로 유머수준이라고 할 것이다다. 그리고 전기가 없던 시절, 어느 외국선교사가 호롱불을 켜놓고 '내 불알에로'(내 불 아래로)다 모이시오'했다는 말이 다 다르지 않다.
다음에 언급한 이야기도 좀 구성을 갖추긴 했지만 지근거리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것.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미국을 갔더랍니다. 배가 고파서 어느 식당엘 들어갔는데, 양식점이었대요.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을 받는데 영어를 할 줄 몰라 진땀을 흘리던 차에, 마침 키 큰 흑인도 영어를 못하는지 몸 동작으로 음식을 시키는데, 얼른 바지를 내렸다가 올리더래요. 그러니까 주방장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음식을 주는데 보니까 커다란 가지 하나와 계란 두개를 주더랍니다.
그래서 옳다구나 하고 한국사람도 앞사람이 하는 대로 얼른 바지를 내렸다가 올렸대요. 그런데 이번에는 주방장이 담아주는데 보니까, 작은 고추 하나와 메추리알 두 개를 내어 주더랍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현직에 있을 땐 모임의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늘 아쉽기만 했는데, 퇴직을 하고 나니 의외로 많이 들을수가 있었다. 그만큼 일정한 틀속에서 벗어나 행동반경이 넓어지니 귀동냥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다 머피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들은 우스갯말이다. 두 가지 인데 풀어내자면 이런 얘기이다. 어느 날 집 가까이 있는 구봉산을 오르는데, 두사람이 가면서 앞장선 50대가 말을 꺼냈다.
"미쳐 떨이를 못한 남자 조기장수가 산길을 걷고 있었대요. 한 아주머니가 다랑 밭을 메고 있는 것을 보고 수작을 걸기를' 누가 나하고 한번 잠자리만 하면 그냥 이 조기 한 두름을 줘 버리겠다마는 '하니까, 그때 밭을 메고 있던 아주머니가 선뜻 자원을 하드래요." "그래서" "아 그래서 일을 보고 조기 한 두릅을 얻은 게지. 그야말로 연목구어라, 산에서 생선을 구한거여. 당연히 남편이 물었을 것이 아닌가 어찌된 사연이냐고" "그랬겠지"
"그러니까 여차여차해서 얻게 되었다고 했단 말이시. 그러니까 남편이 무슨 말을 한 줄 아는가. ' 앞으로는 절대 그런짓 하지 말소 '그랬겠다. 그런데, 반복을 한거야. 당연히 남편이 따졌을 게 아닌가? 왜 말을 듣지 않느냐고. 그러니까 이번에는 앞으로 않고 뒤로 했다고 하드라나" "애끼 이사람!"
그리고 다른 이야기는 마을 정자나무 밑을 지나다가 듣게 되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한패의 무리 중에서 큰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우스개 소리 하나 할 테니까. 사장이 소변을 보고 나오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라 그랬는지 그만 깜박 자크를 안올리고 나왔대요. 그것을 본 여비서가 남대문이 열렸다고 하니까 허둥대며 하는 말이 '내 에쿠스를 봐버렸는가'그랬대. 그러니까 그 비서 하는 말 '아니요, 티코를 보았네요' 하드라는구먼."
나는 그곳을 벗어 나오면서 그 말이 되새길수록 웃음이 나와서 혼자 낄낄거렸다. 아마 남이 보았으면 영락없이 실성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그 말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