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서도 생소한 성지
일반적으로 이집트 지역의 성지를 순례하게 되면 카이로 시내에 있는, 예수 피난교회와 그 옆에 있는 모세 기념회당 ,그리고 이집트 고고학박물관, 피리미드와 스핑크스를 관광한 후 시내산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집트로 피난 온 예수께서 여러 곳에 피신한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그 중 한 곳인 성서의 온(On) 지역을 찾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온은 오늘날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에서 동북쪽으로 11㎞쯤 떨어진 마타리예(Matariyeh) 근처에 있는 텔 후슨(Tell Husn)으로 여겨진다. 헬라어로는 온을 헬리오폴리스라고 하여 출애굽기 1장 11절에 라암셋 다음에 ‘온,곧 헬리오폴리스’라고 기록,동일시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온은 확장된 헬리오폴리스내에 있다. 카이로 외곽 지역의 한 구석에 있어 가지고 간 정보로는 찾기 쉽지 않아 여러 차례 주위를 헤멘 후에야 온을 찾을 수 있었다. 고대의 온은 현재에는 중앙에 오벨리스크가 1개 우뚝 서 있고 주변은 마을 사람들의 쉼터로 사용되고 있으나 매우 지저분했다.
요셉은 애굽에서 총리가 된 후 아스낫을 아내로 맞이했는데 장인 보디베라는 온 출신의 제사장이었다(창 41:45). 당시 이곳의 제사장들은 이집트에서 가장 박식한 자들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예수와 가족이 피신한 지점은 이곳에서 시내쪽으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있다. 그래서 다시 택시를 타고 예수께서 피신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마리아 샘물이 있고 피난을 기념하는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교회 앞과 옆 벽면에는 예수께 젖을 먹이는 마리아와 피난하는 모습의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어 애굽에서도 도망해야 했던 성가족의 고난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 다시 카이로 시내로 돌아온 나는 택시를 이용해 다시 남쪽의 놉(Noph)으로 향했다.
놉은 현재 카이로 남쪽 약 37㎞ 지점의 나일강 서편 강둑 위에 있는 성읍으로 이집트 고대도시 중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고대 하부 이집트의 수도였던 이곳은 오늘날 멤피스로 불리고 있다. 애굽인들은 자연과 생물의 대부분을 신들로 섬겼다. 특히 놉 지역에서는 이집트 신화에서 창조의 신으로 불린 푸타와 황소신인 아피스를 숭배했다.
이같은 애굽의 신 숭배는 400년 동안 애굽에서 종살이를 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 하나가 시내산에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경배한 것이다. 관개수로를 따라 놉으로 가는 길은 포장은 되어 있으나 많이 파손되고 복잡하여 50분 정도 걸려서야 도착했다. 택시기사를 기다리게 해놓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자 바로 눈앞에 거대한 라암셋 석상이 서 있었고 옆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도 라암셋 석상이 놓여 있었다.
예레미야와 에스겔, 호세아 선지자들은 애굽의 우상들이 놉 가운데서 파괴될 것을 예언하고 있으며(렘 44:1,46:14,겔 30:13,호 9:6) 이사야 선지자도 “놉의 방백들은 미혹되었도다 그들은 애굽 지파들의 모퉁이 돌이어늘 애굽으로 그릇 가게 하였도다”(사 19:13)라고 애굽에 경고했다. 이사야 선지자의 말대로 애굽의 모퉁이돌과 같던 놉은 오늘날 석조 유적만이 쓸쓸하게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놉을 방문한 후 서둘러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 있는 비베셋(Pibeseth)에 가기 위해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비베셋은 카이로 동북쪽 48㎞ 지점,나일강 삼각주 동부 자가지그(Zagazig) 근처에 있는 텔 바스타(Tell bastwh)의 유적지와 동일한 곳으로 추정된다. 텔 바스타의 헬라어 명칭은 부바스티스(Bubastis)이다. 도시의 원래 이름은 파슈트인데 여신 비스뎃과 관련되어 바스뎃의 집으로 알려졌다. 바스뎃 여신은 일반적으로 고양이와 암사자의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되었는데 신성이 낮은 여신이었다.
이곳은 이집트 제22대 왕조인 시삭(BC 935∼914년)의 수도로 가장 큰 번성기를 이루었는데 이집트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제6·12·18·19왕조의 유적도 볼 수 있다. 이곳의 대표적 유적으로는 고양이신을 섬겼던 신전터와 왕궁터가 있다. 신전터에는 최근 발굴된 핫셉슈트 여왕의 석상이 있는데 그는 모세를 양자로 삼은 공주로 알려져 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이곳을 향해 아웬과 비베셋의 소년들은 칼에 엎드러질 것이며 그 성읍 거민들은 포로가 될 것(겔 30:17)이라고 예언했다.
하루에 고센 지역의 온과 놉,비베셋 등 세 곳을 방문하느라 바빴다. 모두 성경에서 한두 차례밖에 언급되지 않은 생소한 곳이지만 사라진 성지의 현장에서 하나님이 내게 주는 메시지가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 귀한 하루였다.
국민일보/이원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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