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리더십은 현장실천적 리더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지도와 나침반
지금까지 우리가 교육받은 리더십은 '카네기식 리더십'입니다. 카네기식 리더십을 일명 '처세론'이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처세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처세론적인 리더십은 마치 '지도'와 같습니다. 지도는 길을 찾아가는 훌륭한 안내문입니다. 대부분 경우 지도가 있으면 길과 위치를 찾는데 유효합니다.
그러나 지도의 한계는 환경의 변화에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지도를 가지고 변한 환경에서 길과 위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지도가 아닌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환경의 변화와 상관없이 언제나 정북을 가르치며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이런 나침반 같은 리더십을 '원칙 중심의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원칙을 따라 살아가는 삶, 그 삶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은 무수한 대상과 상황에 따라 바꾸어야 하는 처세적 리더십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기독인이라면 한번쯤 예수님의 리더십이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따라야 할 지위와 힘에 의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탈피한 섬김의 리더십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요?
보통 우리가 이해하는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리더는 가야 할 목표를 알고, 부하(동료)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정의에는 리더십을 위치, 즉 포지션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지위에서의 윗자리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그러나 원칙 중심의 리더십에서는 리더십을 지위나 위치로 이해하지 않고 '영향력'이라고 이해합니다. 그 사람의 위치와 지위에 상관없이 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혹은 누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영향력이 리더십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영향력은 좋은 영향력과 나쁜 영향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좋은 리더십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노자는 리더십에 대해 "부하로부터 존경받는 리더는 괜찮은 리더이고, 부하들이 우리가 다했다고 하는 소리를 듣는 리더는 훌륭한 리더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한 명의 탁월한 리더가 부하들을 이끌어가고 능력을 발휘하여 결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역량을 발휘하고 함께 결과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헤르만헤세가 쓴 <동방으로의 여행>에는 레오라는 하인이 등장합니다. 성직자들이 자기 교단의 어른인 성자를 만나기 위해 성지인 동방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때 동행한 레오는 성직자들의 온갖 심부름을 하고 심지어 갈등이 생겼을 때 푸념을 듣는 역할도 합니다.
동방 도착 며칠을 앞두고 레오가 사라지자 성직자들 사이에는 혼란이 생깁니다. 당장 생활에 필요한 일을 누가 해야 할지 문제이고, 서로의 갈등이 발생할 때 해소할 곳이 없어 골이 더욱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성직자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가득 안고 동방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동방의 성자는 바로 레오였습니다. 지위나 위치로는 성직자들이 리더였으나 동방으로 여행하는 성직자 그룹이 동방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가장 좋은 영향력을 미친 것은 레오였습니다. 바로 이 레오가 보이지 않는 진짜 리더인 것입니다.
리더십은 'reborn' 한다
미국 국방성은 리더인 장교들의 선발과 교육을 위해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것은 리더는 태어나는 것(born)인가 만들어지는 것(made)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리더 그룹인 장교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리더가 태나나는 것(born)하는 것이라면 그런 자질이 있는 사람을 미리 선택하여 선발하고, 만들어지는 것(made)하는 것이라며 그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 연구는 전 세계에 리더라는 사람들을 샘플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색깔·성격·집안 환경·교육받은 내용 등 다양한 내용을 조사하여 통계를 내었습니다. 결론은 어땠을까요. 결론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전혀 그런 환경과 자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리더가 된 경우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리더는 다시 태어난다는 것(reborn)입니다.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는다면 그는 넓은 자질로 인해 넓은 범위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나 나쁜 영향력을 미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히틀러 같은 사람입니다. 반면 자질이 조금 부족하게 태어났어도 훈련을 통해 좋은 리더십을 가진다면 좁은 범위에서라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것입니다. 물론 자질도 좋고 훈련도 받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질이 나쁘고 훈련도 받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좋은 자질을 가지고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더 넓은 범위에서 나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는 어떤 자질로 태어났든 좋은 리더십을 위해 훈련받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신뢰는 '성품+역량'이다
좋은 영향력은 신뢰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신뢰는 단지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좋은 성품을 갖춘 성실함과 좋은 역량에서 나옵니다. 일례로 믿음이 좋고 실력이 조금 없는 의사와 믿음이 조금 덜하지만 실력 있는 의사 중 누구에게 치료를 받겠습니까? 성실함만으로, 실력만으로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성실하다는 것은 단지 부지런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실은 약속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공동체나 나아가 국가·세계에 대해 약속한 것을 책임지는 태도를 훈련할 때 우리는 자신감도 회복하고 성실성도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역량은 전문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태도(teachabbility)입니다. 학습하려는 태도가 없으면 역량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학습한다는 것은 공부하는 것인데 공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경험입니다. 경험으로 얻는 학습만큼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경험만으로 배우려는 사람은 형광등 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축지법과 같은 공부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독서입니다. 책을 하나 만들기 위해 저자는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연구하고 기록한 책을 짧게는 하루밤 사이에 읽고 장단점을 분석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 배움을 기초로 우리는 더 많은 연구나 배움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경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서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배우려는 태도(teachabbility)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고지론적 리더십과 현장실천적 리더십
리더십을 지위나 위치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고지론을 이야기합니다. 더 높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라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나쁜 영향력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위치·지위에 있더라도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좋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장실천적인 리더십입니다. 우리가 볼 때 중요하지 않는 일(예를 들어 슈퍼마켓 점원 등)을 하는 사람도 긍정적인 말과 표정으로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현장에서 성실함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함을 통해 더 큰 일을 맡게 되고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요셉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애굽의 국무총리를 목표로 살지 않았습니다. 구덩이에 빠져서도, 보디발의 가정에 팔려가서도, 감옥에 갇혀서도 그는 성실하게 하나님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하나님은 요셉을 합당하게 여겨 더 큰 일을 맡긴 것입니다. 비전을 이야기하며, 꿈을 이야기하며, 간혹 목표중심적인 삶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야망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요셉이 국무총리를 목표로 삼았다면 어쩌면 그는 보디발의 부인이 거는 유혹에 모른 척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 처세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삶이 진정한 리더십인 것입니다.
비전과 목표가 중심이다
원칙 중심의 리더가 조직을 섬기는데 있어서 행하는 일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런 리더는 자신이 목표가 되거나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일차적으로 공동체원들과 함께 공동체의 바람직한 공동목표(비전)를 설정하고, 이 비전과 목표가 중심이 되도록 합니다. 대표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은 이 비전을 중심으로 점검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리더가 바뀐다고 크게 흔들리거나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때 리더는 구성원이 함께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구성원의 활동,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집단 규범, 따라야 할 가치, 신념, 문화 등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구성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하고 오히려 그를 돕는 자로 역할합니다. 이럴 때 구성원은 창의성이 개발되고 보람도 갖게 됩니다. 공동체가 활력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상호 승승(WIN-WIN)하며, 경쟁사에 대해서도 승승하는 태도를 갖습니다. 그리고 공동체의 윤리적 책임의식을 강조하며 이를 지키는 문화를 조성합니다.
우리 기독인에게는 다행히 원칙이 주어져 있습니다. 성경입니다. 우리는 원칙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찾아야하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대신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며 살아가려는 태도, 바로 이 태도가 우리가 견지해야 할 섬김의 리더십이며, 현장실천적인 리더십입니다.
이진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
* 위 글은 기윤실 이사장을 역임한 김인수 장로가 12주간 진행한 리더십 강좌 중 서론 부분과 이진오 사무처장의 생각 일부를 첨부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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