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CEO의 좋은 습관
03 “막대에도 절을 한다”
타고난 겸손과 자기 절제 돋보여
기 업의 CEO 하면 으레 어깨와 목에 상당히 깁스를 한 채 뻣뻣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정말 선입견에 불과하다. 이른바 ‘장수 CEO’일수록 겸손이 생활에, 습관에 배어 있다.
모 대기업의 임원 중 악수만 하고 나면
상대방의 ‘수명’이 얼마나 갈지 늘 족집게처럼 맞히는 이가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해 물어보니 의외로 간단했다.
“자신이 갑(甲)의 입장에 있더라도 겸손하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정식으로 하는 이는 장수하는 반면,
힘이 좀 있는 갑이랍시고 꺼떡대며 악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이는
대부분 단명하더라”는 이야기였다.
재능이 칼이라면 겸손은 칼집이다.
재능은 자신을 현재의 위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도록 해준다.
이때 겸손은 시기의 칼날을 막아내고 견제의 지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겸손은 귀와 눈을 겸허하게 열어 놓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고 분발하게끔 한다.
그래서 재능만 있는 이는 현재완료형에 머물지만,
겸손을 겸비한 이는 미래를 향해 진행형으로 늘 발전한다.
이채욱 GE헬스케어아시아 사장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CEO다.
그는 삼성에서 신입사원으로서 첫발을 디뎠는데 출근해 보니
한강 이남 대학 출신은 자신밖에 없더란다.
명문대 출신 동기들을 제치고 그가 오늘날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비결은 간단했다.
“명문대를 나온 그들에게 늘 나는 배우고자 했는데, 그들은 나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더군요.”
지난해 그가 자서전 『백만불짜리 열정』을 펴내고 강연회를 할 때였다.
강연을 듣고 나서 이 사장과 e-메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잘 보았다는 답장이 바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용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고칠 사항 세 가지만 꼭 적어 달라”는 것이다.
10년이 넘게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인물이 이렇게 늘 남에게 자신을 낮추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 덕분에 ‘직업이 CEO’인 생활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 처럼 성공한 CEO들의 ‘타고난’ 습관은 겸손과 자기 절제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식사를 해도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 저녁 때 풀코스 식사가 나올 경우
“스테이크를 작은 것으로 달라”는 주문을 가끔 들을 때가 있다.
건강관리가 몸에 배어 있다는 얘기다.
겸손이 몸에 밴 습관이라면 자기 절제는 훈련된 습관이다.
대개 명상 습관을 가진 CEO들이 그렇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은
불경을 작은 글씨로 베껴 쓰는 사경(寫經)으로 심신 훈련을 한다.
퇴근하고 나서 오후 9시부터 2시간가량 사경을 하는데
‘천수경’ ‘금강경’ ‘법화경’ 등 세 개의 경전을 모두 썼다고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부회장의 겸손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업에서 인사는 늘 뒷얘기를 낳게 마련이다.
강 부회장은 대우증권 초년병 시절 들은 인사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산다.
“우 연히 인사에 불만을 품은 한 선배가 인사팀 직원과 나누는 대화를 들었어요.
부당한 인사 조치라는 항의에 인사부 직원이
‘인사는 자기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좋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빨리 잊는 것이다’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이것을 대인관계에 적용했습니다.
언짢은 얘기도 새옹지마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지혜를 주더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좋은 습관 아닌가요?”
불 경에 ‘막대에도 큰절을 하라’는 말이 있다.
성공에 오르는 데 시기의 지뢰를 제공해주는 것도 겸손이지만,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겸손이다.
그래서 장수하는 CEO들의 대답은 한목소리다.
“겸손은 인생의 만병통치약입니다.
겸손하면 늘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미래를 준비하게 되고,
또 현재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