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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기대어 - 나희덕

Joyfule 2005. 6. 19. 02:59






소리에 기대어 - 나희덕 가로수 그늘에 몸을 기대고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 몇개가 떨어졌는지 잡풀 뒤에 숨어서 누가 울고 있다. 쓰르라민가, 풀무친가, 아니면 별빛인가 누구인들 어떠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저 소리, 충만을 이내 견디지 못하는 나는 다시 하늘을 본다. 눈 멀어지니 귀도 멀어졌다. 그러나 소리 희미해질수록 마음은 가까워졌다. 소리는 풀잎 뒤에서가 아니라 내 마음은 갈피에서 나는 것 같다. 소리내는 그것을 만져보려고 풀잎을 쓰다듬으니 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가까이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여 내 안에 있지만 또한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들이여 나는 해진 옷 끌고 와 여기서 울고 나는 그 옷자락이나 만지다 돌아갈 뿐 사라진 그 소리에 잠시 기대어 앉아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