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131가지 이야기
지은이:유재덕
80. 희망이 사라진 마을
어느 마을에 세 아들을 둔 촌장이 있었습니다.
세 아들은 저마다 특별한 재능을 한 가지씩 지니고 있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올리브나 무를 키우는 재능이 있어서 그 기름으로 연장과 옷을 바꾸곤 했습니다.
둘째는 양치기라서 양들이 병들면 회복시키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습니다.
셋째는 춤을 썩 잘 추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모두들 따분해 하거나 일에 지쳐 있을 때면
춤을 추어서 힘을 북돋워 주는 게 셋째의 지능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에 마을의 일이 걱정된 아버지는 세 아들을 불러서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없더라도 마을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을 거다.
너희 모두가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집을 비운 동안 그 재능을 지혜롭게 잘 활용하면 마을에는 어떤 후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돌아왔을 때는 우리 마을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되어야 한다."
아버지가 떠났지만 한동안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겨울이 닥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예년처럼 걱정하지 않고 겨울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겨울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기온도 더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올리브나무도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아들의 재능으로도 나무를 회복시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땔감이 떨어지자 올리브나무를 잘라서 사용했습니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자 또다른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많은 눈과 얼음 때문에 마을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식량이 판매하는 상인들의 발걸음이 끊어지고 만 것입니다.
사람들은 식량이 떨어지자 둘째에게 몰려왔습니다.
둘째는 양을 내놓으라는 마을 사람들의 요구를 한동안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허기진 이들을 물리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양들은 아껴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첫째도 그런 둘째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식량과 땔감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촌장의 두 아들도 한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긴 겨울을 지내면서 추위에 사기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음식과 땔감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장래를 걱정했습니다.
그리고서는 더 나은 곳을 찾아 한 집 두 집 짐을 싸서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봄이 되었습니다.
매서운 추위도 한풀 꺾인 어느 날 촌장이 돌아왔습니다.
멀리서 마을을 바라보던 촌장은
자신의 집 굴뚝에서만 연기가 솟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서둘러서 돌아온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물었습니다.
"어찌된 일이냐?
마을 사람들은 다 어디로 떠나고 우리 가족만 남았느냐?"
첫째 아들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마을 사람들이 올리브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가 막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둘째도 고개를 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역시 양떼를 돌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먹을 것이 떨어진 사람들이 양들을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모두 내어 주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목자 자격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이 겪었을 마음 고생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추위는 물론 동네 사람들의 거친 행동까지 모두 감내 해냈을 터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짐을 꾸려 마을을 떠난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 너희들이 가진 재능을 사람들을 위해서 지혜롭게 사용했구나.
올리브나무와 양떼의 희생도 부득이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이 떠난 것은 어찌된 것이냐?
먹을 것과 땔감이 부족하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거지?"
셋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나섰습니다.
"아버지 돌아오셔서 기뻐요. 진짜 어려웠어요.
먹을 것과 땔감이 모두 떨어졌는데 제가 노래하고 춤추는 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앞에서 춤을 추려고 힘을 아껴두고 있었지요."
아버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아버지가 그런 아들에게 춤을 추게 했습니다.
자신이라도 아들의 춤을 보고서 기쁨과 용기를 찾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셋째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긴 겨울 동안 앉아서 다리를 쓰지 않은 바람에 굳어 버려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슬퍼서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가 셋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 본디 강했다.
사람들은 땔감이나 식량이 없어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네가 춤을 추어 그들에게 힘을 주었다면 마을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마을은 황폐해지고 너는 불구가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 하면 좋겠느냐?"
*나는 항상 소망을 품고 주를 더욱 찬송하리이다(시편 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