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131가지 이야기
지은이:유재덕
119. 양심의 실천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백인 정부를 중심으로 흑인 탄압이 아주 심하게,
그것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본디 그곳은 흑인들이 살던 땅이었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백인들이
주인 노릇을 하면서 엄청난 횡포를 부렸습니다.
그러나 늘 그런 백인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난 주간을 보내면서 거룩한 시온 교회에서는 세족식과 성찬식을 갖기로 했습니다.
성찬식이 있기 전에 세족식을 먼저 실시하기로 한 교회에서는
그날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습니다.
그 교회는 담임하는 목사나 교인들이 모두 흑인들이었는데,
올리버라는 백인 판사를 초대한 것입니다.
올리버 판사는 흑인들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고,
흑인 목사는 그에게 마사 포트인이라는 여인의 발을 씻어 주도록 부탁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흑인 여성들이 대개 그렇듯이 유모로 취직해서
판사의 자녀들을 오랫동안 양육하고 돌본 여인이었습니다.
올리버 판사는 평소 동료들과 달리 정의에 어긋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소수의 의견도 서슴지 않고 제기할 정도로 양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올리버 판사는 마사 포트인이 잠자리에 든 자신의 자녀들의 발에
얼마나 자주 입을 맞추었는지를 떠올리며 의식 순서에 따라서
그녀의 발을 닦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름한 흑인 교회의 교인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신문들은 그것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언론을 통해서 올리버의 행동에 접하게 된 백인 사회는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백인 사회의 왜곡된 여론에 떠 밀려서 올리버는 정든 법복을 벗어야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올리버가 세족식에 참석했던 흑인 교회의 목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그는 본래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들 때문에
올리버가 법조계를 떠나게 된 것에 관해서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올리버가 대답했습니다.
"그 날 목사님의 교회에서 세족식과 성찬식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내가 평생 몸담았던 사법계의 권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후로 흑인들이 조촐하게 모여서 예배드리던 거룩한 시온 교회는
발을 닦아주는 교회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백인 사회에도 올리버의 영향을 받아서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흑인차별 정책을 비판했으며, 결국에 가서는
흑인들과 손을 잡고서 인종 차별이 사라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