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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21. 누구를 위하여 순결을 지키나

Joyfule 2021. 7. 20. 03:34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21. 누구를 위하여 순결을 지키나  
나는 이른바 정조를 버렸는지 빼앗겼는지 잘 모르겠다. 
그날 나는 뭐에 홀렸는지 괜히  거길 가서 쭈그리고 앉았다가 용기를 내서
여보세요. 얼마예요? 
그리고 그녀의 뒤를 졸졸졸 따라간 다음 
어둠침침한 골방에 흔히 남자들끼리 말하는 딱지를 혼자 뗐다. 
내가 거기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솔직히 말해, 기억  나는 건 휴지와 이상한 냄새와 어두움. 
그리고 빨랑 해! 뭐 이게 다였다. 
나는 기분이 아주 찜찜해서 어디 가서 술이라도 진탕 퍼마신 다음 늘어지고 싶었고 
아니면 좀 울고 싶기도 했고, 뭐, 이래~하는 느낌이 들어 자고 싶기도 했다. 
그 후 한참이 지나 나는 후배의 딱지를 떼주는데 기여했다. 
내가 맘 먹고 한 건 아니고 지나서 생각해 보니 그렇게 됐다는 얘기다. 
그날은 우리 큰애 돌이어서 죄다 우리집에 모여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고 
고돌이를 치며 놀았는데 파장 무렵 한 놈이 룸살롱에 가자는 바람에 다 가게 되었다. 
아마 일고여덟은 되었었지. 
한참 마시고 있는데 내 옆에 앉은 파트너가 월남에서 전화가 왔다고 나가자는 거야. 
엥? 월남? 나는 얘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좌우간에 따라 나갔더니 빈 룸으로 들어가서 하고 나왔다. 
절반은 개가 되어서 룸살롱을 나와 3차를 가자는 둥 하고 있는데 한 놈이 깽판을 놓았다. 
나는 얘가 왜 이러나 하고 봤더니 이게 여기서 딱지를 어영부영 떼임을 당한 것이었다.
놈은 충격에 못이겨 우는지 웃는지 개판을 쳤다. 
나는 좀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옛날 생각을 하며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서론이 길었나. 
정조가 뭔지 난 잘 모른다. 
사전에 보니 성적 순결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나왔는데 순결의 하한선은 어디까지인지. 
뭘 보존하라는 건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결혼 전까지는 그 누구와 손도 잡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에게나 팬티를 벗어 줘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정신적으로는 순결하다면) 
순결을 지킨 것이라는 얘기인지 아무도 판단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겪어보니 그 정조라는 게 참 허무하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에게나 줘버리니 더럽게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지금에 와서야 갖는 생각은 
정조는 최소한 아무에게나 줘버릴 것은 아니라는 거다. 
양말 벗는 것도 아닌데 왜 개나 소에게 주나? 
기왕이면 줘도 평생 아깝지 않을 사람에게 바친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고로, 정조는 일단 지키고 보자. 
비상금처럼 마지막까지 개겨보다가 이 인간이다 싶은 확신이 들 때 그에게 줘버리던지. 
다들 바라듯 첫날밤에 내동댕이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