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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23. 최악의 결혼 상대자

Joyfule 2021. 7. 22. 07:47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23. 최악의 결혼 상대자 
기자와 예술가와는 결혼하지 마라. 
그들은 최악의 결혼 상대자이다. 
이 권고를 마침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모 기자에게 보여줬더니 펄펄 뛰었다. 
아직 결혼 전인데 기자, 예술가와는 결혼하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농담도 석이지 않은 목소리로 항의하는 것이다. 
나는 대꾸없이 웃고 말았다. 
내 아내라면 분명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양쪽 일을 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자와 결혼하면 왜 골때리는지 설명하겠다. 
기자라는 직업은 취재와 마감을 먹고 산다. 
취재란 대부분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마감 때가 되면 기사를 써 신문이나 잡지를 완성시킨다. 
기자는 늘 바쁘다. 
취재하느라고 바쁘고, 마감하느라고 바쁘고, 마감 끝나면 끝났다고 술 마시느라 바쁘다. 
기자는 술을 입에 달고 산다. 
특별한 경우 전혀 입에 대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열에 아홉은 주당이고 하루 거르기가 힘들다. 
취재원과 마시지 않으면 동료 기자들과 마시는데 
이게 한 잔 들어가면 뚜껑이 열려야 집에 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이런 걸 서방이라고 데리고 살아봐야 아침에 해장국 끓여 대기 바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기자는 명도 짧다. 
온갖 스트레스에 술까지 퍼제끼니 제 명에 못 죽는 것 당연하다. 
특히 일간지 기자는 마누라가 서방 얼굴 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다음은 예술가. 
요즘 젊은 사람들 중 예술가라면 아무래도 시인이나 소설가가 제일 많을 것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를 이쪽 동네에서는 통칭 글쟁이라고 부르는데 
이 글쟁이들 역시 술이라면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른바 순수문학을 한다는 치들은 생활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말하자면 아내가 벌어서 살림하고 술값까지 대야 한다는 얘기다. 
글쟁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내상은 약사나 교사다. 
서부전선(생활비)에 이상이 없으니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한때는 약사시험이나 볼까 했었다. 
약방 열어 집사람에게 소화제나 드링크 팔라고 맡겨 놓으면 
처자식 끼니는 해결될 것 같아서. 글쟁이들은 대부분 괴벽을 갖고 있다. 
심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먹고 살므로 술이 들어가면 대책이 안선다. 
집 놔두고 여관잠 자는 건 예사다. 
여기서 기자와 글쟁이가 결정적으로 차이점을 보이는 대목이 있다. 
인격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글쟁이들은 여성 편력이 심하다. 
마누라가 있든 없든, 애인이 있든 없든 보통 서너 명의 여자를 꾸준히 만나고 
그 중 한 여자와는 돈독한, 아내가 본다면 심각한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또, 명이 짧기로는 기자에 못지 않다. 
쉽게 말해 남편감으로는 기자보다 더 열악한 게 글쟁이다. 
내가 기자와 예술가에 양다리를 걸친 사람으로서 왜 이런 소리를 주절거리느냐 하면 
먼저 집사람에게 속죄하고픈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고, 
아직 미혼인 여자들에게는 이 부류의 인간들이 
더 이상 피해를 끼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심정에서 그러는 것이다. 
기자와 예술가, 결혼 전에는 근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속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