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을 위한 ━━/NonPhixion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19. 한자는 왜 배워?

Joyfule 2021. 7. 18. 21:28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19. 한자는 왜 배워?
작가 김주영의 소설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제목과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무식한 사람을 표현한 듯한데 
그는 패배를 패북으로 읽고 
요산요수를 낙산낙수로 읽고 있었다는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독자 여러분들 중에도 패배는 그런 대로 읽겠지만 
요산요수를 낙산낙수를 읽을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세계화 시대 어쩌구 하는 바람에 요즘 우리나라는 외국어 열풍이 더 심하게 불고 있다. 
영어는 기본이고 이제 제2외국어 하나 더 구사할 줄 모르면 
남보다 뒤쳐지는 형국이 됐다. 
대기업에서는 외국어로 회의하는 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독일어나 불어 등 다른 외국어보다 한자를 더 착실하게 익힐 것을 권한다. 
아니, 지금 세상에 웬 한자냐고 묻겠지만 
머지않은 미래를 생각하면 한자는 배워둘 만한 외국어(?)다. 
좀 거창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지금 유럽은 문명사의 흐름으로 볼 때 노년기다. 
늙어 죽어가는 문명. 더는 나올 것이 없는~  
그래서 새롭게 동양 문명에 기대려는 곳이다. 
미국은 어떤가. 
독설가가 말했듯이 미국은 유럽 문명의 쓰레기통이다.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자본주의의 꽃은 이제 시들어 빠졌고 
남은 것은 발악적인 향락과 마약뿐인 나라.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일본에 대한 두려움으로 세월을 보내는 나라. 
그것이 지금의 미국이다. 
앞으로 문명의 주도권은 동아시아로 넘어온다. 
일본이 이미 그 빛을 발하고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주무르고 있지만 
너무 일찍 피어버렸고 뚜렷한 철학이 없는 나라여서 
장차 문명의 주도자가 될 나라는 우리와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는 한자 문화권이다.
아시아가 세계사를 이끌어나갈 때, 한자는 지금의 일본어처럼 
세계 각국에서 통용어로 쓰이게 될 것을 확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화사상에 빠진 사대주의자는 아니다. 
우리 이름이 김지현이고 차인표로 쓰인다면 
한자는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말을 하는 것뿐이다. 
영어나 불어는 죽자고 하면서 한자는 몰라도 그만이라는 통념은 깨야 한다. 
신문에서 한자를 한글로 표기한다고 한자 배우기를 마다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문명의 흐름이 어쩌고 저쩌고를 떠나서라도 한자는 배워둘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신은 서울이 한자 이름으로 무엇인지 아는가? 
셔블 발기 다래 밤들이 노니다가~ 처용가에 나오는 가사다. 
처용이 밤새  놀다 집으로 오니 
어떤 후레자식이 자기 마누라와 뱃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용은 두 연놈의 목을 치는 대신에 이 노래를 불렀다. 
여기에 나오는 이두 셔블이 지금 발음으로는 서울 즉, 한자로는 동경이다. 
우리의 수도 이름이 서울이고 
일본의 수도가 동경이라는 벌써 1천여 년 전의 얘기가 흥미롭다. 
이처럼 한자는 과거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알게 해주는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