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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22. 자살하는 방법

Joyfule 2021. 7. 21. 06:48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22. 자살하는 방법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도무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날도 있다. 
이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러고 왜 사나 하는 푸념이 저절로 나오는 때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삶에 전혀 가치를 둘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죽음은 보다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사춘기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본다. 
세상이 괜히 시시해지고 사는 게 뻔해 보여서, 
혹은 첫사랑에 실패해 좌절에 빠지면 죽는다고 방방 뜨다가 결국은 
일과성 해프닝으로 마감하기는 하지만. 나도 한 때는 죽음을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죽느냐 하는 방법론에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안  되고. 
하여간 마음에 드는 나 죽이는 법이 없어서 끙끙거리다가
지금가지 꿋꿋하게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겨울에 한강에 빠져 죽자니 물이 너무 차가울 것 같고 
목을 매자니 죽고 난 후의 꼴이 영 아니올시다일 것 같다는 핑계가 
여러 사람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옛날 우리 담임 선생이 그랬던가.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고. 
자살할 용기로 다시 시작하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그러나 이런 소리는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이다. 
진정으로 삶을 포기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에  진지하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가 
살면서의 재출발 욕구보다 강할 때 그 죽음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자살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일본 작가 기와바다 야스나리가 가스 호스를 입에 물고 자살했다거나 
헤밍웨이가 엽총 자살했다고 해서 그걸 전혀 멋있게 보지 않는다. 
멋있기는커녕 소름이 끼친다. 
기왕에는 죽는 거 조금 고상하게 소리 없이 가는 게 낫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면 금상첨화(이런 고사성어를 여기다 써도 되나?)가 아닌가.
고통없이 가는 법 
1. 여름이라면 골방에서 문 닫고 선풍기를 누운 얼굴에 고정시킨 채 잔다.
2. 겨울이라면 연탄 한장 사다 피우고 수면제 몇 알 먹은 다음 자빠져 잔다. 
이 방법의 흠은 누가 일찍 발견해서 병원 고압산소탱크에 넣어 살렸을 때 
머리가 뻐개지게 아프거나 아니면 맹구가 된다는 점이다.
3. 아주 추운 겨울이라면 
위스키 큰 거 한 병 사가지고 산에 가서 다 비워 인사불성이 된 채 그대로 잔다. 
말하자면 얼어 죽는 것인데 술이 센 사람은 살아날 확률이 있다는 게 단점.
4. 커다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목 부분을 빈틈없이 조인 뒤 가만히 기다린다. 
이때 비닐봉지가 너무 크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주의한다. 
이 방법의 단점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캄보디아에서 크메르 루즈군이 돈 안들이고 사람잡던 방법이라서 유명해졌다. 
이상의 방법 중 하나로 인생을 종칠 사람은 그 전에 반드시 나하고 소주 한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