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 정일근
허락하신다면, 사랑이여
그대 곁에 첨성대로 서고 싶네
입 없고 귀 없는 화강암 첨성대로 서서
아스라한 하늘 먼 별의 일까지 목측으로 환히 살폈던
신라 사람의 형형한 눈빛 하나만 살아
하루 스물네 시간을
일 년 삼백예순닷새를 그대만 바라보고 싶네
사랑이란 그리운 사람의 눈 속으로 뜨는 별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저마다의 눈물로 반짝이고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의 순금 팔찌와
아사달을 그리워한 아사녀의 잃어버린 그림자가
서라벌의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로 떠오르네
사랑아 경주 남산 돌 속에 숨은 사랑아
우리 사랑의 작은 별도 하늘 한 귀퉁이 정으로 새겨
나는 그 별을 지키는 첨성대가 되고 싶네
밤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쌓아 하늘로 올라가
그대 고운 눈 곁에 누운 초승달로 떠 있다가
새벽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풀고 땅으로 내려와
그대 아픈 맨발을 씻어 주는
맑은 이슬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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