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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무엇인가. 2

Joyfule 2021. 5. 12. 05:53

 

 

  

   영성이란 무엇인가. 2

     이정석 (풀러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영성의 시작과 완성

 

영성이 영혼의 성품이기 때문에, 영성은 영혼의 개발과 발달과정을 반영한다. 인간은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으며, 오로지 죽은 사람에게만 영혼이 없다(약 2.26).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인간의 영혼이 범죄로 인해 죽었고 그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성령에 의해 다시 살아난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비록 생물학적인 영혼은 존재하지만 영적으로 볼 때, 즉 영혼의 정상적인 기능의 관점에서는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같다는 표현이다. 따라서, 인간의 영혼이란 영적 사망의 상태에서도 기본적으로 살아 기능하고 있으므로 불신자에게도 기본적인 영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영혼의 기반인 하나님과 단절되고 대립된 인간의 영성은 고갈되고 왜곡되어 있으며, 오로지 하나님과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고 교제를 통해 풍요한 교류가 시작되는 중생의 시점에서 참된 영성이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죄악으로 인해 수많은 집단들로 분리되어 서로 차별하고 대립하는 인간들과의 화해와 사랑, 그리고 심지어 자연과의 관계 회복도 결과한다. 따라서 타종교나 불신자들의 인간성이 어떤 면에서 심오하게 개발될 수도 있으나, 전인적인 영혼의 품격과 성향에 있어서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의 창조자인 하나님과의 거부와 대립과 반항 상태에서 건전한 영성의 개발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생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의 영성은 끊임없이 자라나고 성숙하고 발전되어야 하며, 이것을 구원론적으로는 성화의 과정이라고 부른다. 성화는 성령의 도움을 받아 우리 영혼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죄악적 요소를 정화하며 자기의 독자적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리스도를 본받으며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증진하여 마침내 내 속에 그리스도만이 살게 되는 상태에 이르는 긴 과정으로서 천상에서야 완성된다. 우리의 신앙은 지성(notitia)과 감성(assensus)과 의지(fiducia)에 상응하는 전인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신앙의 성장은 세 기능의 종합적 발전과 강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영성은 우리의 지성과 감성과 의지가 그리스도의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본 받고 대치할 때 완성되며, 그런 노력과 참여를 통하여 우리의 영성이 개발되고 성숙해진다.

 

그리스도 중심적 영성

 

그러므로, 참된 영성은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기독교는 동일한 본질을 소유한 성부, 성자, 성령 세 인격을 믿는 삼위일체 신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를 성부교나 성령교라고 부르지 않고 성자를 의미하는 그리스도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리스도 중심성을 통해서만 올바른 하나님 이해와 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된 영성은 오로지 그리스도에서 시작한다. 예수님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고 선언하였다. 영성의 길은 곧 그리스도의 길이다. 유대교나 이슬람교가 성부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으나 그리스도를 거부함으로서 그릇된 영성을 결과하였다. 일부 오순절파는 성령을 중심으로 영성을 발전시키려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왜냐하면 성령은 동등한 신이지만 자기 중심성을 요구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영으로서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도록 돕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가 중심이 될 때 성부도 성령도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관계할 수 있다.

 

오늘날 뉴 에이지나 요가, 선, 단, 기 훈련 등의 방법으로 종교는 거부하면서 영성은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로버트 풀러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 아닌 사람들(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라는 책에서 이런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약 20퍼센트가 이 그룹에 해당한다. 이들은 영성을 무엇이든지 신비적인 교감이나 능력으로 생각하며, 수많은 악령들과 영적인 현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그리스도 없이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거부하는 그릇된 영성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존 도슨이 지적한 대로, 이러한 자유방림적 영성은 개인주의적으로 인격적인 교제와 훈련을 요구하는 공동체를 거부하고 책임과 평가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참된 영성은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 교회의 훈련과 교제를 수용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자기의 독자적 욕심과 야망을 포기하는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개성화된 영성

 

그러므로, 영성의 개발은 매 순간 성령에의 절대적 순종을 통한 성령의 열매에 의해 이루어지며, 또한 우리의 끊임없는 헌신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초대교회로부터 영성 개발은 수도원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성훈련 프로그램들이 수도원적이다. 한편, 개신교회도 현대 산업사회의 도시화와 개인주의적 경향에 대응하여 제자훈련, 가정교회, 소그룹, 셀그룹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였다. 퀘이커 교도인 리차드 포스터는 묵상, 기도, 금식, 학습의 내적 훈련, 단순, 고독, 복종, 섬김의 외적 훈련, 고백, 예배, 인도, 축제의 집단적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의 멘토이기도 한 달라스 윌라드는 이와 같은 영성 개발 혹은 훈련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율법주의(new legalism)”로 부상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획일화된 프로그램이 모두에게 획일적인 훈련을 강요하여 획일적인 영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기 독특한 소명과 독특한 개성과 독특한 경험을 가지기 때문에, 그리고 성령은 모든 개인에게 독특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비록 참된 영성이 모두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전인적이어야 하지만, 각자 개성 있는 영성들이 개발되어 신앙공동체로 모일 때 교회는 조화롭고 풍성한 공동체가 되고 다양한 사역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전인적 몸이 되며, 이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경륜이 전면적으로 풍요하게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