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노년의 삶.5
Ⅳ. 나의 이야기(중년기를 거쳐 은퇴를 경험한 삶의 여정)
나는 1966년 2월 간호전문대를 졸업하였고, 그 해 2월28일 대구에 있는 군의학교에 입교하여 간호장교 후보생 훈련을 받았다. 약 2개월 동안 훈련을 마치고 4월23일 소위로 입관하였다. 첫 임지인 수도육군병원에서 5월3일 근무를 시작하였다. 1967년11월 파월 근무 명령을 받았고, 나트랑의 102 후송병원에서 근무를 하였으며 1968년12월에 귀국하여 청평 59 후송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전역신청을 하였고, 1970년 9월말로 퇴역을 하였다. 1970년10월부터 국립의료원에서 근무를 하던 중 1972년4월 한양대학병원 개원 시 간호사 공채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고 1972년5월부터 개원 멤버로 근무를 시작하였으며 2005년2월에 정년퇴임을 하였다.
1)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
1930년대부터 스위스의 정신분석가인 융(Carl G. Jung)은 이러한 “중년의 위기”인 파괴적이고 우울한 무의식의 에너지는 인간의 삶을 좀 먹기 위한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에너지의 극단적 표출을 통하여 우리 인간의 의식의 각성과 성숙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인간의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중년의 위기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그 에너지는 우울함의 파괴성으로 연결되기보다는 새롭게 ‘자기’를 발견하는 창조적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융은 무의식의 창조성을 중년을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 창조성의 에너지는 인류라는 종이 함께 공유하는 우리 안에 이미 내재된 보물(집단무의식)이라는 것이 융의 주장이며 이 에너지를 활용하는 치료의 방법을 “개성화의 길”이라 명명하였다. 이러한 중년을 보는 위기이론 혹은 전환이론은 중년의 방황과 갈등, 그들의 내적 고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심리학적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1995년경부터 50세 이후 중년의 위기를 경험하기 시작하였다. 중년의 시기는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의 탐구,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죽음에 대한 심각한 깨달음의 시기”로 특징되는 삶의 전화기라고 명명한 바 있다.14) 즉, 중년의 시기를 새로운 자아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삶의 후반부를 향한 “전환이 시기(transition)"라고 말한다.15)
나도 이 시기에 영양과장과 간호과장으로 거의 15년을 근무하다가 침체기에 빠질 수 있는 시기에 간호차장으로 승진하였고, 중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개성화의 길”을 걷게 되는 전환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아진다. 원래 적극적인 직장생활이었지만 이 시기에는 새로운 활력소를 경험하였으며 가정적으로도 자녀들이 각자 독립하여 가는 시기였다. 내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즈음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권사님들과 사적인 모임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여행도 다니기로 논의하게 되었고, 그 이듬해(1996년)부터 국내 및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였고, 교회 내 봉사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2) 중년의 성장과 성숙의 시기
에릭슨(E.Erikson)은 프로이트가 말한 리비도 에너지가 개인이 맞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어떻게 교류하며 인격을 형성하는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저서 에는 인생을 8가지의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인간의 인격이 어떻게 사회적 요구들과 환경에 맞추어 발달의 과제들을 어떻게 조화 있게 성취해 나가는가를 설명하고 있다.16) 특히, 중년이란 사회나 개인의 환경의 요구하는 성숙성(Generativity)이 발달의 과제로 나타나는 시점인데 이 성숙성이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삶의 여러 여건들을 조성해 주고, 계승해 주는 발달의 덕목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이나 타인과의 관계성에 발달의 초점이 있다기보다 오히려 개인보다는 타인, 특히 다음세대를 위한 관심과 돌봄의 책임성이 구체적으로 요구되고 실현되는 단계를 말한다. 에릭슨의 주장에 의하면 이 단계의 발달이 지원되거나 원활히 되지 않는 개인에게는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격발달의 침체성(stagnation)에 빠지게 된다고 하였으며 에릭슨에 의하면 이 Generativity(성숙성)의 에너지는 중년의 삶의 질을 가르는 중요한 요건이 된다고 하였다. 이 성숙성의 에너지를 잘 살려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삶의 축복들을 나눔으로 연결할 때 건강한 중년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 에릭슨의 강조점이다.
나는 이 시기부터(2000년) 은퇴의 시기를 생각하면서 은퇴 후의 삶을 위해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할 가를 고민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삶이었다면 은퇴 후에는 내 이웃과 하나님의 사역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2001년도에는 천안대학교 상담대학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바쁘고 힘든 시간 관리를 하면서 상담공부를 하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상담을 위한 준비와 실천을 하게 된 것이다.
에릭슨은 돌봄의 정의를 “돌봄이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대한 우리 삶의 적극적 투자를 말한다. 그것은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에너지일 수도 있고 구체적으로 보이는 도움의 행위일 수도 있고 혹은 일시적인 관심과 돌봄의 표현일 수도 있다. 어째든, 그것은 의무감과는 다른 우리 안에서 타인을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생의 에너지로서 이 돌봄이 있는 곳에 성장과 성숙이 가능하다.”17)고 말한다.
이 시기에 나는 직장에서 많은 부하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지지가 얼마나 크고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직원들을 위해 베푸는 삶을 실천하게 되었고 안으로 나를 보살피는 작업으로 교회의 권사모임을 통해 교회봉사와 성지순례 그리고 권사회 주축으로 필리핀에 선교센터 건립을 하게 된 일들이 큰 보람으로 여겨지는 성숙의 시기이기도 하였다. 2003년도에 상담대학원을 졸업하게 되었으며 모자라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실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넉넉지 않은 가운데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 상담자로서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공부를 더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계속 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3) 은퇴를 경험한 삶의 여정(노년기 진입)
2005년2월26일 드디어 중앙공급실 담당차장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퇴임을 하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 병원의 많은 직원과 교회의 많은 동료들의 축하 속에 정년퇴임을 하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정년퇴임을 한 후 내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였던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억력의 감퇴를 실감하고 무엇인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다. 퇴임이 후 한차례 갑상선 염증으로 고생하였고, 또 금년 1월에는 교통사고로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들이었다.
노년기의 특징과 면면을 공부하는 가운데 많은 공감을 하였지만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었다. 은퇴 전의 나의 모습은 활기차고 당당했으며 많은 부하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내가 은퇴 후에 겪었던 신체적 질병과 무기력감 등 중년기에서 노년기로 진입하는 성숙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으며 예측 가능하여 은퇴 후를 위한 준비 또한 잘 진행이 되고 있는데도 성장 및 변화의 증진요인을 내안에서 충만하게 경험하고 있는데도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파문의 효과를 느끼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의 나됨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남편 또한 공무원의 꽃인 재경부 국장을 거쳐 국책은행의 사외이사 또 대기업의 고문 등을 역임하면서 현재 세무법인의 대표이기도 하며 교회의 장로로서 나의 후원자이며 든든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또한 나의 네 자녀(1남3녀)가 잘 자라준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현재 나는 에릭슨의 이론에서 자아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 없이 자신의 삶을 수용할 수 있고 두려움 없이 죽음에 직면할 수 있는 나이기도하며 전 생애동안의 경험한 성공과 만족은 물론 괴로움과 실패 혹은 실망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자아통합의 발달로 나아가고 있음을 감사하며 레비슨의 이론에 의하면 계절과 계절사이의 약 5년간 겹치는 기간을 과도기로 부여하였는데 60세 이후 65세를 성인후기 과도기로 보았다. 현재 이 시기에는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고 노년기에 접어든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권위와 힘이 감소되는 것을 느끼고 남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일을 모색해야 하는 과업을 성취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Ⅴ. 맺는 말
인간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노년기의 확장은 노인은 경제적 및 건강상의 기초 욕구를 중시하는 한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측면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년기를 얼마나 보람 있고 유용하게 보내느냐가 노인이 겪게 될 수 있는 고독 및 소외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며, 결과적으로 노인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보면, 노년기는 의료 및 보건기술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은퇴, 자녀들의 독립 등으로 이전의 사회적, 가정적 역할 및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많은 시간적 여유를 영위하는 시기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노년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뭔가를 하고 남는 시간이 아닌 생활의 대부분이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청장년층과 의미가 다르다. 더욱이 강제적으로 사회참여의 기회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핵가족화 현상으로 노인들이 과거에 향유하였던 한 가정의 가장 또는 웃어른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한 채 가정에서의 역할마저 축소되어 오고 있다. 즉, 노년기에 늘어난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보다는 막연히 무위무용의 상태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노인의 고독감 및 고립감, 삶의 보람 상실, 불안감, 정신적 갈등 등 심리적 악화를 가져오게 되어 노인 스스로가 불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노년기의 자원봉사 활동이나 특히, 종교 활동을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발전시켜 나아간다면 스스로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년기의 삶을 윤택하게 함과 동시에 일상적인 생활을 가치 있는 삶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김윤희 경희대학교 간호상담이론과 실재 대한간호학회 정신간호학회지
이상복 강남대학교 영적웰빙과 삶의 만족도 - 노인 목회상담관점에서 한국목회상담학회
장석환 목회상담학 연구 한국학술정보(주)
계선자 숙명여자대학교 현대 노년학 건강생활과학연구소편
조유향 호스피스 도서출판 현문사
송명자 발달심리학 학지사
조유향 노인간호 도서출판 현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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