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대한 궁금증 22가지
우울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되나?
우울증과 치매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따라서 우울증이 심해진다고 해서 이것이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기억력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는 치매의 양상과는 다르며,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인한 결과이다. 따라서 젊은 환자들의 경우 우울증이 심해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고 해서 치매를 걱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 환자의 뇌영상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보였던 경우 훗날 치매로 진행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추후에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수년 전 우울증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우울증이 나타났다고 해서 이것이 진행되면 치매가 된다고 볼 순 없지만, 치매가 나타나기 전 단계 증상으로 우울감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노인 환자가 우울 증상을 나타날 때에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따라서 치매와 주의 깊게 감별하고 조기 치료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
갱년기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데,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예전에는 45세를 기준으로 이후에 첫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진단하여 일반적 우울증과 별개로 분류하였다. 갱년기 우울증은 호르몬 활동이 감소하고 생식 능력이 없어지면서 특별한 스트레스 없이도 발생하는 우울증으로, 증상·경과·예후 등에서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병 연령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임상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치료 방법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울증과 같은 진단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증상에서 초조, 강렬한 불안감이 많고, 자살의 위험이 높은 편이며, 건강염려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족력이 뚜렷하지 않고, 대개 9~ 18개월 정도 지속된 후 저절로 좋아지곤 한다. 하지만 그동안 환자는 매우 비참한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따라서 갱년기 우울증이니 흔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 방법에는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와 동일하게 약물 치료, 정신 치료 등이 사용되며, 경과가 좋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우울증인가, 성격 문제인가?
증상이 있은 지 오래 되었는데도 병에 대한 인식도가 낮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남아 있는 환자들에서 이러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예전에는 정신과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힘들거나 주변에서 보기에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또는 치료로 올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하여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증상이 있을 때마다 가족들에게 심하게 짜증을 낸다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직장도 그만 두는 등 행동상의 변화가 있게 된다.
따라서 환자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고 생활에 제약이 되는 부분이 있으며 이것들이 반복된다면, 성격이 원래 조급하고 신경질적이며 인내심이 적은 어쩔 수 없는 성격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좋아질 수 있는 증상으로서의 측면을 따져봐야 한다.
우울증 환자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울증 환자 가족 가운데 환자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며 절망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줄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제일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원래 그렇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말투나 행동이 변화할 때, 갑자기 성적이나 회사 내에서의 성과를 걱정할 때, 왜 그것밖에 하지 못하냐고 다그치거나 왜 짜증을 내느냐고 받아치기 이전에 왜 그러한 변화가 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요즘 어려움이 있는지, 기분이 우울하지는 않은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어려움과 특히 정신적 증상을 자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인내와 성숙을 미덕으로 여기고 자라온 중·장년층에게서 이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그럴 때 가족들이 해야 하는 일은 많이, 그리고 자주 물어봐 주는 것이다. 만일 그러한 초기 우울증의 사인을 감지하였다면, 무조건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지시적 반응보다는, 도와줄 수 있다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고 병원 예약을 해주거나 당일에 같이 가주는 것이 더 좋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치료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고, 약물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고 자꾸 잊게 되는 경우 옆에서 이를 도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시적이거나 강압적인 태도, 이끌어 주는 태도보다는 옆에서 같이 있어 준다는 포용과 이해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직장(또는 학교)을 그만두어야 하나?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회사나 학교에서의 관계일 경우, 잠시 떨어져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그만둔다든지 하는 등의 결정은 증상이 좋아져 회복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계속되어 해결책을 찾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것이 우울증의 특징적인 증상인데, 증상이 심하다면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무조건 피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증상이 좋아지고 난 이후 되돌아보면 그 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는 길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울 증상이 있는 시기에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두는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잠시 유보하였다가 증상이 호전된 이후 이성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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