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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선생의 '학교모범'이 생각난다

Joyfule 2013. 5. 16. 00:57

 

[한재갑 교육칼럼]율곡선생의 '학교모범'이 생각난다

 

 

뉴시스 | 한재갑 | 입력 2013.05.15 05:01 | 수정 2013.05.15 09:41

 

【서울=뉴시스】한재갑 교육전문기자 = 옛날에는 제자들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로 임금과 스승, 부모의 은혜가 같은 것으로 여겼다. 율곡 선생도 조선 선조 때 저술한 '학교모범(學校模範)'에서 부모를 효심으로 섬기는 것(事親)과 함께 스승을 도리를 다해 섬겨야 한다(事師)고 강조했다.

물론 요즘은 세상이 변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마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예전 같지가 않다. 교원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등 교권침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교원의 교육적 권위도 땅에 떨어졌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선생님보다는 학원 선생님을 더 잘 따르고 신뢰하는 게 현실이다.

교원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신뢰가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행복해야 할 교육이 고통이 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한국교총 등 교육단체가 어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원 63.5%가 교육주체 간의 불신, 무관심으로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교원 46%가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원의 38.6%, 학부모의 59.3%, 학생의 49.7%가 교육문제로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고교생은 80.6%가 고통을 호소했다. '행복하다'는 답변은 교원 25.4%, 학부모 8.4%, 학생 24.7%로 나타났다. 고교생은 고작 2.9%만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 교육으로 고통받고, 지금도 수많은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교육은 입시중심의 경쟁교육 시스템을 인성교육 중심 교육으로 바꾸고, 학교의 본래 기능을 되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가 '행복교육'을 내세우고 있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교원이 가르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학생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회복하지 못하면, 행복교육 역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행복교육을 이끄는 주체는 교원이다. 행복교육의 시작은 교원을 존경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원들은 그간 정부의 잦은 교육정책 변화로 장단 맞추기에 급급했다. 교육활동 외적인 활동에도 시달려왔다.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이 잘못돼도 비난의 화살은 학교현장을 지키는 교원들이 떠안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교원들은 무기력과 냉소주의에 빠졌다. 정부 정책도 현장 호응도를 잃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교원을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세워야 한다. 교권은 선생님의 가르칠 권리이다. 교권이 바로 서고, 교원이 행복해야 교육이 살 수 있다. 그래야 그들이 교실에서, 학교현장에서 교육적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 교원에 대한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신뢰가 중요하다.

교원도 자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했다. 황량한 교실을 사랑이 넘치는 교실로 만드는 것은 교육자의 열정이다. 교원이 부단한 연찬을 통해 지혜를 터득하고 생활지도와 학급경영 능력을 발휘해야 믿음과 존경이 생긴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생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살피는 무한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 회복은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가능하다. 교육은 선생님과 제자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스승과 제자의 신뢰가 형성되면 교실이 변하고, 학교가 바뀌며,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고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는 사제동행(師弟同行)이 중요한 이유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지금 이 순간도 전국에서 제자 교육과 교육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 모두 스승존경 풍토조성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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