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단풍잎 세 개 (논쟁과 언쟁) - 정해각
한맥 문학 동인회 가을 문학기행 때의 일이다. 2008년 11월 8일, 1박 2일 일정으로 아산지방 문학기행 코스를 잡은 한맥 문학동인은 첫날 논산 계백장군 유적지, 부소산 낙화암 백마강등을 도라 보고 숙소로 정한 아이에프 콘도미니엄에서 몸을 풀었다.
다음날 맹사성 고택, 장영실 묘, 외암리 민속마을을 도라 보고 만고 충신 이순신장군영정을 모신 현충사로 출발했다. 현충사로 가는 길은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었다. 관광버스 차창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은행나무를 보면서 나는 은행나무는 암수가 있는데 이 은행나무 중에는 암수가 얼마는 섞여 심어져 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장 부회장이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을 땐 암수를 엄격히 선별해 숫은행나무만 심고 암은행나무는 절대로 심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은행 열매로 인한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나 간혹 선별을 잘못 해 암은행나무가 심어지기도 한다. 라고 했다. 참으로 일리 있는 말이다.
나는 동승한 수필가이며 서예의 대가인 김 선생에게 장 부회장의 말을 듣고 유심히 살펴보니 숫 은행나무라 그런지 은행나무가지가 위로 곧게 뻗쳐 있어 가히 숫놈 같은 기상이 엿보인다고 했다. 그 말에 김 선생은 동감하면서 그러면 암은행나무가지는 여성답게 둥글게 아래로 휘어져 있겠다고 말하며 같이 웃었다.
이윽고 현충사 주차장에 도착, 하차 해 현충사로 걸어가는 길에도 역시 곱게 물든 아름다운 노란 잎으로 치장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길을 인도 하고 있었다. 도심과 시골에서 보는 은행 단풍잎은 왜 저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저 아름답고 고운 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돌아오는 길에 떨어져 쌓인 은행 단풍잎 중에서 세 개를 골라 가지고 차안에 앉아 자세히 살펴봤다.
두개의 은행잎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다른 한개는 뚜렷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동승한 김 선생에게 이 세 개의 은행잎을 보이며 나는 두개의 잎은 모양새가 비슷하므로 같은 나무에서 나온 잎이고 또 다른 잎은 모양새가 전혀 다르므로 다른 나무 잎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내 말에 모양이 비슷하다고 같다고 할 수 없다. 한 사람이 같은 글씨를 여러 개를 썼다 해도 그 글씨는 다 다르다. 똑 같다고 말할 수 없다. 라고 단호히 주장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주장에 두개를 놓고 보면 독립된 개체이므로 다르지만 그 유사성에서 같은 나무에서 생긴 잎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 가, 마치 한사람이 쓴 같은 글씨가 다르다 해도 같은 사람이 썼다고 말 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하고 서로 굽히지 않고 주장 해 주위에서 볼 때 논쟁이 아닌 언쟁으로 비쳐졌다.
나는 이 은행잎 세 개를 놓고 논쟁의 본질과 핵심이 전혀 다른 차아 점을 들어내고 있음 보고 새삼 깨우침을 받았다. 하나는 서예학적인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식물분류학적인 관점에서 주장하는 본질의 사고력과 통찰력의 차이점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논쟁과 언쟁은 지양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문득 60여 년 전에 읽었던 As othere`s see us라는 영문 수필이 떠올랐다. 본인의 언행이 어떻게 했던 간에 타인에게 비쳐진 모습에서 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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