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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리더십 - 1. 위대한 해군 제독 이순신 다시 읽기

Joyfule 2012. 6. 3. 22:43

 

 

필자 : 해군사관학교 교수부장 대령 임원빈
이순신의 리더십

 
1. 위대한 해군 제독 이순신 다시 읽기

 

해전에서 승리하려면 하드웨어적 전투력 요소인 최신 함선,

첨단 무기체계 그리고 소프트웨어적 전투력 요소인 리더의 전략전술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임진왜란 해전의 승리는 혁신된 조선 수군과 위대한 수군 지도자

이순신의 리더로서의 역량이 결합하여 일구어낸 합작품이다.

 

 

▶ 관점의 전환

 

필자는 이순신을 연구하기에 앞서 『손자병법』을 번역하고, 연구하였다. 중국의 도한장(陶漢章)이 지은 『손자병법개론』 번역서(1996년)를 내고, “손자의 철학사상 연구”(1996년) “손자의 용병술과 현대적 적용”(1997년) 등의 논문을 쓰고 난 뒤 궁금한 생각이 문득 머리에 스쳤다. 우리의 영웅 이순신 제독은 과연 어떻게 싸워 전승무패의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을까? 해전을 살펴보고 그가 친히 쓴 「장계」와 『난중일기』를 읽어보면서 ‘아, 이럴 수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손자병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쟁승리의 원리가 이순신이 치렀던 모든 해전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이순신이 구사한 대표적인 전쟁승리의 원리가 ‘통합된 세력으로 분산되어 있는 열세의 적을 공격하라’는 이른바 병력 집중의 원리임을 강조하였다. 이순신은 명량해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해전에서 병력 집중을 통해 항상 우세한 상황에서 해전을 벌였지 열세의 해전, 불리한 해전을 결코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은 당시로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명량해전(13척 대 300여척)과 한산해전(54척 대 73척)을 예로 들어 이순신은 열세의 상황에서 용전분투하여 승리했기 때문에 위대한 장수라는 도식 하에 연구를 진행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 것이 바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싸움을 잘하는 자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이다(古之善戰者, 勝於易勝者也)”라는 구절이었다. 한 마디로 10:1, 100:1로 싸우는 자가 훌륭한 장수이지 거꾸로 1:10, 1:100으로 싸우는 자는 병법의‘병’자도 모르는 형편없는 장수라는 말이다.

 

이와 더불어 필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주제가 이순신이 지휘했던 조선수군의 정체였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해전에서의 승리 요인을 논할 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함정의 성능이나 무기체계와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순신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는 임진왜란 때의 해전의 승리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제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이순신의 위대성을 부각시키는데 있어서 해전 승리의 다른 요소들 예컨대, 함선의 성능이나 무기체계 등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수군보다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이나 천자ㆍ지자ㆍ현자ㆍ황자총통과 같은 무기체계의 역할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이순신의 위대성을 폄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려 말부터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꾸준히 발전해 온 수군의 조직, 함선의 개발, 천자ㆍ지자ㆍ현자ㆍ황자총통으로 대변되는 선진 무기체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기초하면 이른바 혁신된 세계 일류 수준의 조선 수군이 존재했었고, 이를 지휘한 위대한 수군 지도자 이순신의 리더로써의 역량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막강한 전투력이 임진왜란 해전 승리의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의 구도가 정립된다.

 해전에서의 승패에 장수가 지니는 리더십 역량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는 이순신과 원균의 비교에서 잘 드러난다. 똑 같은 함선과 무기체계로 무장한 조선수군을 지휘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원균은 칠천량에서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패배를당했는데 반해 이순신은 임진년 옥포해전부터 순국하는 노량해전까지 20여회의 해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장수의 리더십 역량이 해전 승패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와 같은 임진왜란의 해전 승리에 대한 이해와 해석 관점을 전제로 앞으로 다음과같은 순서로 글의 내용을 전개해야 할 것 같다. 먼저 고대로부터 내려 온 우리의 해양 전통의 연장선에서 조선 수군의 정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거기에는 독립된 수군 조직의 보유 과정, 어떻게 함선과 무기체계가 개발되었는지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조선 수군의 가용한 전투력을 이순신이 어떻게 극대화시켰는지를 그의 병법 이른바 전쟁 승리의 원리를 중심으로 다루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선 수군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을 십이분 발휘하게 한 이순신의 리더십을 살펴 볼 것이다. 여기에는 그가 어떠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는 어떤 수양 방법을 통해 민족적 성웅의 인품을 갖추게 되었는지, 나아가 장수로써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여 부하 병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 있게 하였는지 등이 포함될 것이다.

나아가 지면이 허락된다면 이순신의‘자살설’,‘혁명설’,‘명량해전 철쇄설치설의 허구성’등 독자들이 평소 궁금해 하는 내용도 다루어 볼 작정이다.독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