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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증홍생석윤설> 몸을 지키는 말

Joyfule 2013. 1. 7. 22:36

 

 

이이 <증홍생석윤설>

 몸을 지키는 말

 

이이(李珥, 1536~1584) 씀

김동곤(울산제일고 교사) 옮김

 

 생질 홍석윤이 제 어머니를 뵈러 가다가 나와 말을 나누었다.

 

홍석윤 : 제가 배우고 싶으나 뜻이 굳지 못해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제가 삼가 조심해 따라야 하는 말씀을 해 주시면,

자리 옆에 붙여 놓고 밤낮으로 보면서 반성하여 게으름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이 이 : 옥을 갈고 닦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알 수 없고, 도리를 알지 못하면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배우려고 하지 않는 선비는 짐승이 되려는 것을 꺼리지 않는 사람이다.

짐승이 되려는 것도 겁내지 않는다면, 자리 옆에 경계하는 말을 써 붙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홍석윤 : 본디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경계하는 말씀이 소용없습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나 뜻이 굳지 못한 사람에게 경계의 말씀을 들려주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이 : 그렇겠구나. 사람의 병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운이 병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뜻이 병드는 것이다.

기운이 병들면, 의사에게 물어보고 약을 구해 치료해야 한다.

이는 바깥 사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뜻이 병들면, 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닦아 치료해야 한다.

이는 안에 있는 마음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바깥 사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고,

안에 있는 마음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기운의 병은 치료하려고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마음의 병은 치료하려고 애쓰지 않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

진실로 스스로 마음을 닦으려고 한다면, 게으름은 부지런함으로 치료하고,

욕망은 올바른 이치로 치료하고,

자신을 다잡지 못하는 것은 조심스러움과 엄격함으로 치료하고,

어수선한 생각은 정신 집중으로 치료한다.

자기 자신에게 있는 병은 밖에서 약을 구하지 않으니 치료하지 못할 것이 없다.

그러니 어찌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겠느냐?

 

홍석윤 : 몸을 지키는 데 있어 필요한 말씀을 해 주십시오.

 

이 이 : 집에 들어오면 어버이께 효도하고, 밖에 나가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

또 책을 읽어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연구하고, 선을 행하여 본디 성품이 돌아오기를 구해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있을 때는 마음을 다잡아 곧게 하며, 몸을 움직일 때는 바깥 사물과 잘 조화되도록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채찍질할 때는 용맹스럽게 하고, 자기 몸을 지킬 때는 끈기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드디어 글을 써서 홍석윤에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