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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초 이야기 - 임병식

Joyfule 2013. 1. 10. 05:04

 

불로초 이야기 - 임병식

 

 

연초에 가까이 지내는 지인으로 부터  이메일을 통해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중국 산동성 영성시 서하구촌에 세워진  불로초와 관련된 비석사진이었다. 보내준 이유는  아마도 신년이 되니 덕담삼아 무병장수를 비는 뜻에다 예전부터 많이 들어온 신비한  이야기라  소개하려고 보내준 것 같았다. 함께 보내준 글에는  비문을 풀어 쓴 설명문도  있었다.

 

 내용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히기 위하여 해신 (海神)더러   조선반도에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단다. 그러자  해신은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에 조건을 달았다.절대로 자기 얼굴을 그리지 말아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시황은 그 부탁을 무시하고  얼굴을 그렸고,  그 바람에 성두산에서 건설하던 다리는  그만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문득 떠올려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장수 욕망이  얼마나  크면 불사(不死)을 꿈꾸는가 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내가 사는 고장 금호도에 노송이 있는데 어쩌면 그것을 그런 장수의 염원을 상징으로 보여주는 실물이 하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의 생존역사에서 보면 본능적으로 소망하고 추구해온 것이  장수욕구이다. 오죽 열망이 컷으면  백년해로(百年偕老), 만수무강(萬壽無疆), 수복강녕(壽福康寧)을 입에 달고 살면서  허무맹랑한 삼천갑자 동방삭의 이야기를 시실인양 믿으며  살 것인가.

 

그러기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옛날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일 정도로 장수시대를 살면서도 더 건강해 지려고 좋은 약고 찾아나서는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 40을  넘기면 오래 산편에 속하던 고대에 비하면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나 옛날에는 면요(免夭)를 하기 어려웠으니 장수욕구가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조선임금 27명의 평균 수명을 보면 40 중반을 넘지 못한 것을 알수 있다.  진시황 또한 그렇게 오래 살기를 바랐으면서도 기껏  50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우리나라까지 사람은 보냈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니러니 하기도 하다. 

 

진시황 불로초 이야기는 남해안에 널리 펴져있다. 가장 구체적인 이야기는 남해도에 전해오는  전설일 것이다. 그것중의 하나는 바위에 새겨진 해독이 불가능한 상형문자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 새겨졌는지 모르는 ‘徐市起例日出(서불기례일출)’이란 각자이다., 거기에는 서불이 지나갔다는 ‘徐市過此 (서불과차)’라는 글자가 덧붙여 있다.

 

그리고 이 고장에는  진시황이 구하고자 한 것이  백년초 일 것이라는 속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것이 오래살기도 하지만 생명력이 강하고 백가지 이상의 성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에는 여수 금호도에서도 서불의 흔적으로 여겨진 암각문이 발견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닷가 암벽에 수십여자가  새겨진 것이 발견되었는데,훼손상태가 심하여  해독이 불가능하나  한자 이전의 상형문자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설 속에서는 서불 일행이  최종목적지인  제주도 서귀포를 가기 위해  가까운  여수 금호도를 거쳐서 간 것은 아닐까. 내가 처음에 지인이 보내온 메일 사진을 보고 문득 떠올린 노송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노송의 나이도 4, 5백년에 지나지 않으니 기원전 2백여년의 일을 알기야 할까 마는 그만큼 오래 살았으니 더 정확하게  듣는바가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고 보면 먼 옛날의 역사도 전혀 추적이 불가능 한 것도 아니다. 최근에 밝혀진 것이지만 경주 황남대총의 유리잔과 인면구슬도 제작된 곳이 각각 지중해와 인도네시아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는 근거가 되는 것이  남아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새겨놓은 글자가 염연하니 이 또한 언젠가는 밝혀지지 않겠는가.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려 동방으로 간 최초로 기록은  산해경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바침 한 것으로는 병마용에서 출토된 것 중에 진시황의 보좌한  서불이 보이지 않는 것도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그나 저나 왜 불로초 이야기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전해오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장수본능으로 밖에는 설명 할수 없는게 아닐까.  한편, 그것이 과연 있기는 하는 것일까. 일설에 의하면 진시황은 수은이 불로초인줄 알고 음복하다 중독되어 죽었다고 하는데, 막연한 환상을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찾을수가 없고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약초를 구하려 떠난 서불이 돌아왔다는 말이 아직 없으니 그 의문을 풀려면 그가 돌아와야만 풀릴 수수께끼가 아닌가 한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