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전, 민간은 더 참여하고 공무원은 땀 덜 흘리게
(동아일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의 에어컨 스위치를 내렸다고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장차관들에게 부채를 나눠줬다. 전력 사정이 더 나빠질 여름철을 앞두고 절전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선 공무원들은 이를 ‘유도’가 아니라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공공부문은 이미 절전을 할 만큼 하고 있으며, 추가 절전이 가능한 곳은 민간 부문인데 절전 무게추가 너무 공무원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무원들은 매년 여름엔 무더위에, 겨울엔 추위에 시달린다. 올여름 공공건물은 작년보다 무조건 5% 이상 절전해야 한다. 강원도청에서는 낮 시간에는 아예 전등을 끄고 일하고 있다. 청와대 본관은 천장이 높고 근무인원도 적어 에어컨을 꺼도 지낼 만하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 직원 대부분이 근무하는 위민관 건물 3개 동은 초여름부터 찜통이다. 다른 정부 청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섭씨 28도 이상에서는 에어컨을 틀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사무실 온도는 30도를 훌쩍 넘는다. 흐르는 땀에 서류가 젖을 정도라고 한다.
반면 기업체에서는 에어컨이 지나치게 잘 돌아가 카디건을 입고 근무하고, 대형마트는 한기를 느낄 만큼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도심 상가에는 냉방기를 쌩쌩 돌리면서 문을 연 채 영업하는 가게도 여전히 있어 오늘부터 단속을 벌인다. 이러고도 ‘함께 사는 공동체’라 할 수 있겠는가.
여름마다 전기가 모자라는 근본원인은 정부의 전력수급계획 실패, 매우 싼 전기요금 탓이지만 지금
그런 논의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일찌감치 선택지에서 빠졌다. 그렇다면 절전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닥치고 절전’은 곤란하다. 관공서 기온이 너무 올라가면 공무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정책 및 행정 서비스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
절전과 업무효율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절전을 하더라도 지혜롭게, 효율적으로, 민간과 공공이 짐을 나누어 져야 효과도 크고 더 많은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단호한 절전 메시지는 전달됐으니 비서관동 에어컨만이라도 상황에 따라 켤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전력 여유가 있는 밤 시간대에 일을 할 때도 에어컨 사용을 허용하는 게 순리다. 공무원에게만 여름을 짊어지도록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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