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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기원과 본질적 특성

Joyfule 2020. 1. 3. 00:37

 


       죄의 기원과 본질적 특성

 


 1. 들어가는 글


죄의 결과는 사망이다. 그 사망은 하나님과의 단절을 의미할 뿐 아니라 영원한 고통을 뜻한다. 죄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결과는 영혼에 그치지 않고 육신의 삶에 저주와 질병과 파멸을 가져다준다. 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죄인인 줄 모르는 것이 더 허망하며, 삶에서 발생하는 온갖 저주와 고통의 배후에 죄의 영향이 영적으로 켜켜이 누적돼 있어 그 심각성을 알아도 스스로 떨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절망적이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가 ‘네 죄 사함 받았으니 평안히 가라’ 하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약속하셨음에도 늘 죄의식과 육체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해 우리는 번번이 넘어지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자신의 허물과 연약함을 믿기 전의 죄와 결부시켜 심각한 번민과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본고는 죄의 기원과 그 본질적 특성을 영과 혼과 육의 관점에서 원죄와 본죄와 자범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이어 이러한 죄의 결과가 영적·육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만들어 내는지 밝히고, 예수 그리스도가 죄를 대속하시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칭의의 내용을 소상히 살펴봄으로써, 죄의식과 죄책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찰하겠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영적인 신앙생활에서 자유와 권리를 회복해야 하는 당위성을 밝히고자 한다.


2. 죄의 시작


2.1. 죄의 정의
죄(罪)란 하나님의 의도대로 창조된 인간이 그의 의도에서 벗어나 임의로 살려는 것을 말한다.1) 죄를 뜻하는 히브리어 ‘하타아트’()와 헬라어 ‘하마르티아’() 모두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라는 의미다. 인간의 본성은 목적론적인 차원을 지니고 있다. 우선 모든 피조물과의 관련 속에서 아담은 모종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창조되었다. 아담은 하나님과 영원한 교제 가운데 살면서 어떤 역할을 성취하도록 지음 받았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2) 결국, 불순종으로 인해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여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난 것이 죄다.


기준이 있어야 죄가 성립한다. 도달 목표나 기준이 없는 것은 죄라고 규정할 수 없다. 성경도 율법이 있기 전에는 죄를 죄로 여기지 않았다고 말한다(롬 5:13). 대체로 죄라 하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양심이나 도리에서 벗어난 일을 가리키지만, 성경에서 죄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를 말한다. 그래서 율법을 집약한 십계명에서 하나님께 대한 계명과 사람에 대한 계명 중 하나님께 대하여 불의를 행할 때 죄라고 하고, 인간에 대하여 불법을 행할 때는 악이라고 한다.
구약과 신약 모두 목표와 과녁에서 빗나간 것을 죄라 정의했지만, 그 목표와 과녁에 관해서는 구약과 신약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죄를 규정하는 기준이 달라 죄에 대한 개념도 달라진다. 구약에서의 죄는 율법을 기준으로 하여 하나님께 불순종한 것이지만,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불신앙을 죄로 간주한다(요 16:9).


2.2. 죄의 기원
죄의 기원에 대해 성경에서 그 근거를 찾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우선, 하나님은 죄의 조성자가 아니시라는 점이다. 하나님은 결코 악을 행치 아니하시며 절대로 불의를 행치 아니하신다(욥 34:10).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으로 그에게는 어떤 불의도 없으시다(신 32:4, 시 92:15). 하나님은 악에게 미혹을 받지도 않으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않으신다(약 1:13). 하나님은 죄를 미워하시기에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죄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길을 제시하셨다. 그러므로 죄악이 외부로부터 세상에 들어온 것은 명백하나, 그 기원이나 책임이 하나님께 있다는 그 어떠한 주장도 적절치 않다.


성경은 오히려 죄가 천사의 세계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일군의 천사를 창조하셨는데, 그 중 한 무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이탈하여 타락하였다. 마귀는 타락한 천사로서, 그 타락의 과정은 비유적으로 에스겔과 이사야가 언급한 적이 있다(겔 28:13-19, 사 14:12-15). 예수께서도 마귀를 태초(아르케, )부터 살인한 자로 규정하셨다(요 8:44). 바울은 디모데에게 교회의 감독을 세울 때 새로 입교한 자는 교만하여져서 마귀를 정죄하는 그 정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딤전 3:6). 타락한 천사의 속성은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교만이다(유 6).


바빙크(Herman Bavinck)도 실은 죄가 영의 세계 즉 천사들의 타락에서 시작되었는데, 인간을 통해 세상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지적했다.3) 벌코프(Louis Berkhof)는 천사들의 타락을 초래한 죄에 대해서는 성경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말했지만,4) 김기동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와와 아담의 범죄 자체가 하나님 앞에서 범죄한 천사의 죄를 표명한다.5)
인류에게 죄의 기원은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아담의 범죄다. 영의 세계에서 온 유혹자 마귀는 뱀을 이용하여 하와에게 접근해서, 하나님의 계명을 어겨도 죽지 않는다고 유혹했다. 아담은 하와의 간청에 하나님의 계명을 거역하였고, 그것이 최초의 범죄가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죄로 말미암아 죄의 노예가 되었다는 점과, 죄가 가져온 영원한 부패와 더불어 인류의 연대성 때문에 그 죄의 결과가 모든 후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 점에 있다.


이에 대해 바울은 “이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 5:12)고 가르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아담 안에서 죄를 범했으므로 죽음의 형벌을 받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죄는 단순한 부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처벌이 뒤따르는 죄책으로서의 죄를 말한다.6)]


2.3. 원죄
인간은 죄악된 상태와 조건에서 태어난다. 이 상태를 신학적으로 원죄(peccatum originale)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죄인으로 창조하시지는 않았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기 전까지만 해도 원죄는 없었다. 원죄는 하늘에서 타락한 천사인 마귀와 관련되어 있다.
우선 하나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고, 모든 생명체에게 하시듯 그들에게도 생육하고 번성하라 명하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추가하신 계명은 생명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라는 계명이다. 이로써 그들은 짐승보다 한 차원 높은 혼을 지니게 되고, 세월이 흘러 땅에 사람들이 충만하게 되었을 때 그 중 한 사람을 택하여 영을 불어넣어 생령이 되게 하셨다. 이때의 영은 천사와 같지 않고 경건한 자손(하나님의 아들)을 위해 지어진 영으로, 아담이라 한다.


하나님은 영적 존재인 아담을 영적 환경인 에덴동산에 이끄시고 영을 살게 하시려고 계명을 주셨는데, 그것이 선악과 계명이다. 예수께서도 육체는 식물(食物)로 살지만, 영혼은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고 영적 존재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셨다(마 4:4). 선악과 계명은 아담에게 하나님을 기억하게 했고, 하나님과 사귐의 도구였다. 그 계명을 지키는 한 영혼이 하나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하나님은 아담이 독처하는 것이 좋지 않아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를 지으시고 그들을 에덴에 함께 있게 하셨다.


마귀는 ‘디아볼로스’()라 하여 이간자로 불린다. 하나님과 사귀며 계명을 순종하는 아담을 하나님과 이간하기 위해 마귀는 뱀을 이용하여 하와를 유혹하였다. 하와는 하나님처럼 되려고 아담보다 먼저 선악과를 먹었는데 이는 타락한 천사가 하늘에서 하나님처럼 되려고 했던 사단적인 죄의 재판(再版)이었다. 아담이 범한 죄는 하나님처럼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먹지 말라 하신 계명을 어긴 불순종이었다.
죄를 범한 순서는 하와가 먼저지만, 아담의 죄가 원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이 지으신 영의 특성이 유전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영이 유여하시나 오직 하나의 영만 지으셨다(말 2:15). 그 영은 아담을 통해 넝쿨처럼 유전된다. 하와에게 있는 영도 아담에게서 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하와의 죄는 개별적인 죄로 유전되지 않고 아담의 죄만 전해지게 되었다. 즉, 아담이 범한 불순종으로 하나님과의 사귐은 중지되고 마귀에게 속은 아담은 죄인이 되고, 마귀의 종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원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