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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쁜 직장상사도 칭찬하면 춤춘다

Joyfule 2018. 12. 30. 18:52
 

 

       참 나쁜 직장상사도 칭찬하면 춤춘다

 

 

“우리 상사에게 가장 효과적인 아부는 그의 라이벌을 깎아내리는 거죠. ‘기획실장이 멍청한 발언을 했을 때 사장님 표정 보셨나요’라고 말하면, 단숨에 상사의 얼굴에 미소가 퍼집니다.”

다혈질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춰 사무실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마다 ‘십자가를 진다’는 한 직장인이 들려주는 ‘아부의 기술’이다.

직장생활 3년차인 오은미(26) 씨는 “상사들은 까마득히 어린 내가 ‘밥 사드린다’고 말하는 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당신도 우리만큼 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한다.

직장생활 16년차인 ㈜벅스인터랙티브 서경애 이사는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데 귀신이 됐다”고 말한다.

“보스도 사람이므로 인간적 호소가 가장 효과적이고 끝도 좋더라고요. 나 스스로 아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존심도 덜 상하고요.”

직장이야말로 칭찬과 아부로 굴러가는 공간이다. 휑한 사무실엔 가족 사이의 끈끈한 정도, 연인들처럼 눈에 씔 콩깍지도, 약이 될 만한 개똥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관심 절대적 효과 발휘


지난 2월 취업사이트 파워잡과 휴먼네트워크연구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을 떠나야 했거나 떠나려 하는 가장 직접적 이유’로 인간관계가 1위(35.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음모 속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칭찬’과 ‘감사’의 표현이 일상화한 외국(혹은 외국계 직장)과 달리, 한국식 직장 문화에서 상사를 칭찬했다가는 동료들의 미움을 받기 쉽다. 따라서 ‘전략적 아부’는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밥값 내기’나 ‘인류애에 대한 호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인 30.3%는 상사와의 가장 강력한 관계형성 요소로 ‘관심’을 꼽았다. 상사와의 인간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일, 외모, 자동차, 가족 등 상사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략적 아부 혹은 전략적 관심은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동안이시다’라거나 ‘이번 일 처리 보고 감동받았다’ ‘아드님이 잘생겼다’는 식의 표현들은 상사에게 관심과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죠. 단, 과장하기보다 있는 ‘사실’에 대해 적절하게 칭찬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 

 

불행하게도 칭찬할 만한 상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헤드헌팅업체 아인스파트너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6%가 상사 때문에 퇴사 또는 이직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즉 직장인 10명 중 7~8명은, 마조히스트가 아니라면, 자신의 상사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나쁜 상사와 일하는 10가지 기술’(황금부엉이 펴냄)의 저자 존 후버는 대부분 직장인들이 자기 상사는 나쁘고 다른 직장 상사는 좋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는 ‘푸른 초원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상사만 나쁜 것이 아니라 ‘자기 상사도 나쁘고 다른 직장 상사도 나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서 나쁜 상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나쁜 상사에게 전략적으로 아부(혹은 대처)함으로써 상사가 사라지는 날까지 유쾌하게 직장생활을 하라는 것. 주술이라도 기대했던 직장인들에게는 다소 맥빠지는 결론이지만, 슬그머니 가장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서점에서 ‘칭찬’이나 ‘아부’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관련 서적들이 쏟아진다. 칭찬에 대한 책들과 주장이 나오고 또 나오는 건, 이것이 마지막 장면에 ‘내’가 등장하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책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이상 칭찬할 상대를 찾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아부의 ‘전략’과 ‘기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