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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69 - John Bunyan

Joyfule 2008. 10. 23. 01:00
    
       천로역정 2부 69 -  John Bunyan  
    순례자들이 모두 가까이 오자 ‘똑바로 섬’이 ‘정직함’을 보고 말했다. 
    "오, ‘정직함’ 영감님. 여기에 계시군요." 
    "그렇소.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처럼 나 또한 여기까지 왔소." 
    "영감님을 여기서 만나 뵙게 되다니 기쁩니다." 
    ‘똑바로 섬’이 말했다. 
    "당신이 무릎 꿇고 있는 것을 보니 나도 기쁘더군." 
    그러자 ‘똑바로 섬’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아니, 제가 그러고 있는 것을 보셨다고요?" 
    "그럼, 봤지.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은 기뻤어." 
    "그래,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똑바로 섬’이 물었다. 
    "어떻게 생각했겠나? 
    정직한 친구 하나를 길에서 만났으니 우리와 함께 동행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영감님 생각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저는 참으로 행복한 처지로군요. 
    그러나 제가 영감님과 동행할 자격이 없다면 
    별 수 없이 혼자서 여행해야 되겠지요." 
    "그건 그렇지. 
    그러나 당신의 그 경외심을 보니 당신의 영혼과 
    순례자들의 왕 사이의 관계가 제대로 돼 있음이 틀림없소. 
    그분도 '항상 경외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셨거든." 
    진리의 용사 : 그런데 '똑바로 섬' 씨, 
              당신은 왜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좀 말씀해 줄 수 있겠소? 
              당신에게만 무슨 특별한 자비가 베풀어졌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똑바로 섬 : 보시다시피 지금 우리는 마법에 걸린 지역을 통과하고 있는 중입니다. 
              혼자 걸어오면서 저는 이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길고 험한 순례의 여행을 하다가 
              여기서 걸음을 멈추게 됐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파멸 당하는가도 생각했지요. 
              여기서 죽는 사람은 어떤 폭행을 당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 
              그 죽음이라는 것 자체도 그들에겐 괴로운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잠들어 있는 사이에 죽는 사람은 
              그 죽음의 여행을 즐겁게 기대하면서 떠나게 마련이니까요. 
              즉 그들은 죽음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정직함’이 그의 말을 중간에 가로챘다. 
    "당신도 그 정자에서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을 보았소?" 
    똑바로 섬 : 예, 보았습니다. 
              '부주의'와 '대담함' 두 사람이 거기에 있더군요. 
              그들은 아마도 몸이 썩을 때까지 그냥 거기에 누워 있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 이야길 마저 들어보십시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렇게 생각에 골똘해 있는데 
              옷을 잘 입은 노파 하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제게 세 가지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그녀의 몸뚱이와 돈지갑 그리고 침대를 주겠다는 것이었어요.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그때 저는 몹시 피곤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또한 올빼미 새끼처럼 가련한 신세였는데,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유혹했던 것입니다. 
              한두 번 그녀를 물리치기는 했지만 
              그녀는 모른 척하고 계속 미소를 지으며 접근해 왔습니다.          
              저는 마침내 화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그녀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계속 치근덕거리며 자기 말만 들으면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나야말로 이 세상의 여주인이지. 
               나는 남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녀의 이름을 물어봤지요. 
              자기 이름이 마담 '물거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녀를 멀리했지만 그녀는 계속 따라오며 유혹했습니다. 
              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들어 구하면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그분께 울면서 기도했던 것입니다. 
              그때 마침 여러분들이 오셨고 그녀는 달아나버렸지요. 
              저는 계속해서 이처럼 나를 구원해 주신 것에 대해 
              그분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녀가 제게 하등의 좋은 일을 꾸미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저로 하여금 여행을 중단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