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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67 - John Bunyan

Joyfule 2008. 10. 21. 06:25
    
        천로역정 2부 67 -  John Bunyan  
    이윽고 그들은 마법에 걸린 지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의 공기는 사람을 졸리게 만들었다. 
    마법에 걸린 정자가 한 채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온통 덤불로 덮여 있었다. 
    그 정자는, 만약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앉는다든지 혹은 잠이라도 들게 되면 
    다시 이 세상에서 깨어날지조차 의심스럽다고들 이야기하는 그런 정자였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줄을 지어 그 수풀을 헤쳐 나갔다. 
    '위대한 마음'이 안내자로 앞장을 서고 혹시 어떤 귀신이나 용, 
    거인, 도둑 같은 것들이 일행의 후면을 덮칠지 모르므로
     '진리의 용사'가 맨 뒤에서 보호자가 되어 따라왔다. 
    그들은 모두 그곳이 위험한 곳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에 칼을 뽑아 들고 전진했다. 
    그들은 서로를 격려해 주었다. 
    '위대한 마음'의 지시로 그의 바로 뒤에 '심약자'가 따랐고,
     '낙담'은 '진리의 용사'가 보호해 주는 가운데 길을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짙은 안개와 어둠이 그들을 덮쳤다. 
    그래서 한동안 그들은 서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음으로써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나아갔다. 
    건장한 남자들도 길을 걷기가 힘들었으므로 
    몸과 마음이 나약한 여자와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랐다. 
    그러나 앞서가는 안내자와 그들의 뒤에서 오는 
    보호자의 격려로 그들은 쉽게 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길 역시 먼지와 진흙투성이라 걷기가 몹시 힘들었다. 
    게다가 연약한 나그네를 쉬게 하고 
    그들에게 음식을 먹여 기운을 차릴 수 있게 할 
    여관이나 음식점이 그 지역에는 아무데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단지 헐떡거리고 불평하고 한숨짓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 사람이 덤불에 걸려 쓰러지면 
    다른 사람은 진흙더미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아이들은 진흙 속에 신발을 빠뜨려 잃어버렸다. 
    한 사람이 "나 빠졌어요." 하고 소리치면 
    다른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고 소리 지르고,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덤불이 나를 꽉 얽어매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하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한 정자에 이르렀다. 
    그 정자는 처마와 푸른 초목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긴 의자와 등받이가 높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 정자는 여행에 지친 순례자들에게 
    휴식과 상쾌한 기분을 보장해 줄 것 같았다. 
    또한 그 안에는 피곤한 순례자들이 기대고 앉을 수 있는 
    안락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험난한 여행길에 지친 순례자들에게 그것은 틀림없는 하나의 유혹이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걸음을 멈추고 쉬고 싶어 하는 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안내자의 충고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고, 
    안내자 또한 위험이 닥칠 때마다 경고해 주었을 뿐 아니라 
    그 위험의 성질까지 일일이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그때마다 순례자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육체적인 욕망에 넘어가지 말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 정자는 '게으름뱅이의 친구'라고 불리는 정자로서 
    지친 순례자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일부러 세워놓은 것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계속 걸어가다가 
    자칫 잘못하여 길을 잃어버릴 어느 곳에 다다르는 것을 보았다. 
    날이 밝으면 잘못된 길을 순례자들에게 쉽게 가르쳐줄 수 있으련만 
    워낙 날이 어두웠기 때문에 안내자 자신도 제자리에 멈춰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주머니에는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지도가 항상 들어 있었다. 
    그는 부싯돌로 불을 켜 지도책을 보고는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만일 거기서 지도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들 모두는 수렁에 빠져 질식하고 말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면 
    순례자들을 파멸시키기 위해서 파놓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혼자 생각했다. 
    '순례의 길을 떠나는 자는 이 지도를 반드시 품속에 가지고 다녀야 하겠구나. 
    그래야 방향을 못 잡고 망설이게 될 때 펴볼 수 있을 테니까.' 
    그들은 마법에 걸린 지역을 계속 걸어가다가 
    또 하나의 정자가 서 있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 정자는 큰길가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부주의함'과 '대담함'이라는 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들은 먼 길을 순례해 왔으므로 여행에 지친 나머지 
    잠깐 쉬려고 앉았다가 그만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을 본 순례자들은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저었다. 
    잠자고 있는 그들이 측은해 보였던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서로 상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