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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71 - John Bunyan

Joyfule 2008. 10. 25. 00:22
    
     천로역정 2부 71 -  John Bunyan  
    그 후 나는 순례자들이 쁄라의 땅에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곳은 밤낮으로 태양이 비치고 있었다. 
    그들은 거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 지역은 순례자들이 공동으로 머무는 곳이었고, 
    그곳의 과수원이나 포도원들은 모두 
    하늘나라 왕의 소유였기 때문에 무엇이든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었다. 
    그들은 곧 기운을 회복했지만 종소리가 크게 울리고 
    나팔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런데도 푹 자고 난 것처럼 기분이 상쾌했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순례자들이 또 마을에 들어왔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늘 
    강을 건너 천국의 황금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입을 모아 다시 외쳤다. 
    "방금 빛나는 사람들 한 무리가 마을에 도착했다. 
    그걸 봐도 이 거리에 순례자들이 또 들어왔음을 알 수가 있지. 
    여기서 그 순례자들을 기다렸다가 그들을 만나보자. 
    그동안의 온갖 슬픔을 위로해 주게 돼 있으니까." 
    그때 순례자들은 일어나 거리를 거닐었다. 
    그들의 귀는 천국의 소리로 가득 찼고 
    눈은 천국의 환상으로 기쁨에 넘쳤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육체나 마음에 거슬리는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고, 
    보지도 못했으며, 느끼지도 못했고, 
    냄새도 맡지 못했으며 그리고 맛보지도 못했다. 
    다만 앞으로 자기들이 건너야 할 강물을
     손으로 떠서 먹어보니 입 속에서는 약간 쓴 맛이 났으나 
    삼키고 나자 달콤해지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옛날의 순례자들 명단과 
    그들이 이룩한 여러 가지 유명한 행적들이 기록되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천국으로 건너가는 강물이 
    어떤 사람이 건너갈 때는 범람하고 
    어떤 사람이 건너갈 때는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는데, 
    과연 어떤 사람이 건널 때는 줄어들고 
    또 어떤 사람이 건널 때는 둑까지 범람했던 것이다. 
    그곳 어린이들은 왕의 정원에 들어가 꽃을 꺾어다가 
    꽃다발을 만들어 순례자들에게 주는 일을 무척 좋아했다. 
    그곳에는 또한 장뇌(樟腦), 감송(甘松), 사프란(Saffron), 
    창포, 육계(肉桂) 같은 약초와 유향(乳香), 몰약(沒藥), 
    침향(沈香) 등의 온갖 향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순례자들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기거하는 방은 이런 향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시간이 되어 강을 건너게 될 때 
    그 기름을 몸에 발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곳에 머물면서 강을 건널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늘나라로부터 순례자 크리스찬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에게 오는 편지를 가지고 배달부가 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배달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는 편지를 가지고 
    그녀가 머물고 있는 거처를 찾아왔다. 
    '착한 여인이여, 평안할 지어다. 
    주께서 그대를 부르시는 소식을 알리니 
    앞으로 열흘 안에 영원히 썩지 않는 옷을 입고 
    하나님 앞에 서기를 고대하고 계심을 전하노라.' 
    배달부는 크리스티아나에게 이 내용을 읽어 주고 나서 
    어떤 증표를 꺼내 보여 자기가 진짜 배달부임을 증명해 보인 뒤 
    어서 떠날 준비를 하라고 재촉했다. 
    그 증표는 사랑으로 끝을 뾰족하게 한 화살이었다. 
    그 뾰족한 화살을 그녀의 가슴에 박아 
    지정된 날 꼭 떠날 수 있도록 서서히 작용하게 하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