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관 자료 ━━/천로역정존번연

천로역정 2부 68 - John Bunyan

Joyfule 2008. 10. 22. 00:47
    
        천로역정 2부 68 -  John Bunyan  
    잠들어 있는 그들을 그냥 두고 계속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다가가 깨울 것인가, 
    그들은 할 수 있다면 그들을 깨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들을 깨우러 들어가 주저앉거나 
    정자에 마련된 좋은 시설에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조건에 모두 동의했다. 
    그래서 그들은 정자 안으로 들어가 잠자는 그들을 깨웠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안내자가 그들을 흔들어 깨우려 했다. 
    그제야 둘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돈 벌면 갚아줄게." 
    그 소리에 안내자는 머리를 저었다. 
    "내 손에 칼을 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상 나는 끝까지 싸운다." 
    하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들 가운데 하나가 깔깔대며 웃었다.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이것은 무슨 말이죠?" 
    안내자가 말했다. 
    "잠꼬대를 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때리든 찌르든, 
    또는 다른 어떤 짓을 해도 같은 식으로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파도가 뱃전을 뒤덮는데도 
    태연하게 잠을 자면서 '술 깨면 다시 마시겠다.'고 말했다지 않습니까? 
    잠꼬대로 하는 말은 그것이 무슨 말이든 
    신앙이나 이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순례의 길을 걷다가 여기 이 정자에 누워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이 사람들이 떠드는 잠꼬대 또한 종잡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모순이고 불행입니다. 
    조심성 없는 사람이 순례의 길을 가다가 이런 꼴을 당하는 건 십중팔구죠. 
    이 마법에 걸린 지역은 순례자들의 원수가 소유한 마지막 함정입니다. 
    보시다시피 거의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우리 순례자들을 노리는 것입니다. 
    '이곳이야말로 바보 같은 순례자 놈들이 피곤한 몸으로 앉아 쉬고 싶어 하는 곳이며, 
    그리고 여행이 막바지에 이른 이곳 말고 
    그 어디에서 더 피곤함을 느끼겠는가?'하고 원수들은 생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엔 마법에 걸린 지역이 비국교도의 예배당에서 가까운 곳, 
    여행이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순례자들은 그 누구도 깨울 수 없는 
    깊은 잠 속에 곯아떨어진 이 두 사람과 같은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기반성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순례자들은 겁에 질려 떨면서 다시 길을 가기를 원했다. 
    다만 앞으로 남은 길은 좀 더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등불을 마련해 달라고 안내자에게 간청했다. 
    안내자가 불을 켰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나머지 길을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이 지치기 시작하자 
    그들은 순례자들을 사랑하시는 주님에게 길을 좀 더 평탄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바람이 불어 안개를 몰아내더니 삽시간에 공기가 맑아졌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마법에 걸린 지역을 채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서로의 모습과 길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윽고 마법에 걸린 지역을 거의 다 통과했을 즈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매우 괴로워하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살펴보았다. 
    그들이 생각한 대로 어떤 사람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올려 위에 계신 분께 간절한 음성으로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가 탄원을 다 마칠 때까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탄원이 끝나자 그는 벌떡 일어나 하늘나라를 향해 달렸다. 
    그때 위대한 마음이 그를 불렀다. 
    "여보시오. 
    당신도 하늘나라로 가는 모양인데 우리 함께 갑시다." 
    그러자 그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순례자들이 그에게 다가갔다. 
    ‘정직함’이 그를 보더니 말했다. 
    "이 사람이 누군지 알겠군." 
    ‘진리의 용사’가 물었다. 
    "그래, 이 사람이 누굽니까?" 
    ‘정직함’이 대답했다. 
    "이 사람도 내가 살던 곳에서 왔지요. 
    그의 이름은 '똑바로 섬'이라고 하는데 틀림없는 좋은 순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