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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70 - John Bunyan

Joyfule 2008. 10. 24. 00:55
    
        천로역정 2부 70 -  John Bunyan  
    정직함 :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의 의도는 불순했어. 
             그런데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언젠가 그녀를 본 적이 있는 것 같군. 
             아니면 적어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똑바로 섬 : 둘 다 경험하셨는지도 모르죠. 
    정직함 : 마담 물거품이라! 
             키가 크고 얼굴이 반반한 데다 약간 거무스름하지 않소? 
    똑바로 섬 : 맞습니다. 바로 그렇게 생긴 여자였습니다. 
    정직함 : 말이 청산유수인 데다가 말끝마다 미소를 짓지. 
    똑바로 섬 : 예, 꼭 맞히셨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정직함 : 옆구리에는 커다란 돈지갑을 차고 마치 
              돈 만지는 게 즐거움인 듯 자주 지갑 안에 손을 넣어 만지작거렸어? 
    똑바로 섬 : 그랬습니다. 
            마치 그녀가 우리의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그녀의 모습을 그려내시는군요. 
    정직함 : 그렇다면 그녀의 모습을 그린 사람은 훌륭한 화가고 
            그녀에 대한 글을 쓴 사람은 사실대로 잘 쓴 셈이군. 
    위대한 마음 : 그녀는 마녀입니다. 
            그녀의 마술로 인해 이 지역이 마법에 걸려 있는 겁니다. 
            누구든지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그것은 도끼가 매달린 단두대 위에 눕는 것과 같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현혹된 자는 하나님의 원수로 규정될 것입니다. 
            순례자들의 원수들을 계속 화려하게 꾸며주는 것도 그녀이지요. 
            그렇습니다. 
            많은 순례자들의 생명을 매수하여 파멸시킨 장본인도 바로 그녀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굉장한 험담꾼이지요. 
            언제나 자기 딸들과 함께 순례자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 세상에서의 생활이 더 좋은 것이라고 찬양하곤 합니다. 
            그녀는 대담하고도 뻔뻔스런 창녀여서 
            아무 남자와도 마주서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가난한 순례자들을 비웃고 멸시하는 그녀이지만 부자들에겐 굽실거린답니다. 
            어떤 사람이 교활하게 돈을 좀 벌었다 싶으면 
            그녀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그를 칭찬하곤 하지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잔칫자리여서 
            성찬이 마련된 곳이면 어디든지 빠지지 않고 나타납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자신이 여신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더러는 그녀를 숭배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언제 어디서나 속임수를 쓰면서 
            그 방면에서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고 뽐내고 다닌답니다. 
            누구든 자기를 사랑하고 존대만 해준다면 
            자식의 자식과 같은 사람과도 살아준다고 떠들어대지요. 
            그녀는 장소와 대상에 따라 
            자신의 지갑 속에 있는 금화를 물 쓰듯 하며 돌아다닙니다. 
            남이 자기를 따라다니는 걸 좋아하고 칭찬 듣기를 좋아하며 
            남자들 가슴에 안기는 것 또한 무척 좋아하지요. 
            그녀는 자기의 소유물을 자랑하는 데 입이 마르지 않고 
            자신을 최고라고 여겨주는 사람들만  사랑하지요. 
            누구든 자신의 권고를 듣기만 하면 
            황금왕관과 왕국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결국 사람들을 교수대로 보냈고 
            더 많은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내는 마녀입니다. 
    "아, 그녀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군요. 
     어디로 끌려갔을 지 누가 알겠습니까?" 
    똑바로 섬이 말했다. 
    위대한 마음 : 물론이에요. 
              어디로 끌려갔을지 그건 하나님 외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뜨려 
              결국 파멸시켰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압살롬으로 하여금 자기 부친에게 반역하게 하고 
              여로보암으로 하여금 자기 상전에게 반역하게 한 것도 그녀였습니다. 
              유다로 하여금 자기 스승을 팔게 하고 
              데마스로 하여금 성스런 순례의 길을 포기하게 한 것도 그녀였습니다. 
              그녀가 인류를 해롭게 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부모와 자식, 이웃과 이웃, 남편과 아내, 
              인간과 자기 자신, 육체와 마음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도 그녀입니다. 
              그러니 착한 똑바로 섬 씨, 
              당신은 당신의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을 견디고 굳게 서 계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순례자들은 기쁘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이윽고 그들은 노래를 불렀다. 
                숱한 위험 속에 순례자가 있고 
                순례자의 적은 얼마나 많이 있는가. 
                죄를 범하기 쉬운 길 또한 얼마나 많은지 
                우리 인간들의 힘으로는 알 수가 없도다. 
                약간의 수렁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여전히 진흙 구덩이에서 뒹굴게 되네. 
                부글부글 끓는 솥단지를 간신히 피해도 
                불 속에 빠지는 자들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