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촛불정부 잇단 참사…허니문은 끝났다
노동유연성 살린 노동개혁으로 청년실업 줄이고 기업투자 성공
마이너그룹이 만든 文정부 경제
청년실업-양극화 악화시키면 진보좌파 정부 천추의 恨될것
![](http://dimg.donga.com/wps/NEWS/IMAGE/2018/01/01/87973744.1.jpg)
이제 구름에서 내려올 때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는 자부심에 청와대는 너무 오래 붕 떠 있었다. 작년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천 화재 현장 방문 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국민을 위해 울어주는 대통령!”에 감읍했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것이 한 증거다.
이렇게 오글거리는 참모를 문 대통령이 준엄하게 꾸짖었다면 27일 밀양 화재 현장에서 “거듭된 참사에 참담하다”고 사과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청와대 주류를 이룬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 86그룹이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하래요” 하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온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불행한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탄지지층 같던 2030세대의 지지율이 흔들린 지금, 문 대통령 스스로 방탄막을 깨고 나왔으면 한다.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집무를 시작한 정부지만 집권 8개월이 지났다. 아무리 과거 정부가 남긴 ‘적폐’가 산더미 같다고 해도 국정 성과를 내려면 짧다곤 할 수 없는 시간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는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 대통령은 작년 6월에도, 12월에도 노동계에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지만 위정척사파 같은 86그룹에 둘러싸여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줄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이달 24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연설했다. 작년 5월 7일, 그러니까 문 대통령보다 이틀 앞서 당선된 사람이 마크롱이다. 2004년 30-50(국민소득 3만 달러, 5000만 인구) 클럽, 2008년 40-50까지 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다 강성 노동투쟁까지 겹쳐 다시 3만 달러대로 떨어진 ‘유럽의 병자 국가’를 문 대통령과 똑같은 시간에 완전히 다른 나라로 만든 것이다.
2013년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미국에서 “일본이 돌아왔다”고 연설한 적이 있다. 아베노믹스를 시행하기에 앞서 미일동맹을 확실히 다짐으로써 결국 일본 경제를 살려내고, 그 힘으로 중국 굴기(굴起)에 맞서고, ‘보통국가화’ 등 일본의 정치적 숙원을 풀어가는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마크롱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말대로 정치 지도자는 경제부터 살려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그가 세계무대에서 “내 나라가 돌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비결이 노동개혁이었다. “경쟁력을 잃은 일자리를 지킬 순 없다. 그 대신 사람을 지키겠다”는 약속대로 마크롱은 작년 여름 내내 300시간 넘게 노조 지도자들을 상대로 해고를 보다 쉽게 하되 직업훈련도 확실히 하는 유연안정성을 설득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고작 1.24% 올랐지만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주는 식으로 노동자 보호 조치를 획기적으로 넓혀 프랑스인의 마음을 바꾸고 있다.
이미 외신에선 ‘사회주의 프랑스가 창업국가가 됐다’는 기사가 춤춘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작년 1분기 처음으로 10% 선 아래로 떨어져 하락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와는 완전 딴판의 정책이 벌써 효과를 내는 것이다. 작년 9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밀어붙인 노동유연성 정책이야말로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이라는 발표가 나온 그대로다.
문 대통령이 청년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 지난주 장관들에게 정책집행 의지를 질책하기 전에 그 정책을 만든 참모들을 먼저 질책했어야 했다. 최저임금제를 지금처럼 밀어붙이다간 알바생마저 일자리를 잃고 양극화는 더 벌어지면서 정책목표와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정부가 진정 적폐 청산을 원한다면, 그리하여 정의로운 촛불국가를 세우고 싶다면 제대로 된 정책으로 경제부터 살리기 바란다. 그래야 그 탄력으로 정권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자칫하다간 “북한이 돌아왔다”고 외칠 판임을 2030도 벌써 알아버렸다. 허니문은 끝났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 지성을 위한 ━━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추위로 전력수요 최고인데, 원전 가동률은 58%로 최저치 (0) | 2018.01.29 |
---|---|
靑 북미 대화 설득 비공개 방미…매티스 "비핵화 흐트리지마" (0) | 2018.01.29 |
미 훈련 미뤘는데 北은 `무력시위 선전`… 신형 ICBM·SLBM 등 대규모로 동원할 듯 (0) | 2018.01.28 |
매티스 “北 공격 발생하면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 돼” (0) | 2018.01.28 |
정부가 일자리 법안 막아놓고 왜 일자리 안 느냐고 하다니… (0) | 2018.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