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선교사 귀츨라프 목사와 고대도 선교
귀츨라프 선교사 기념비가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에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우리가 고대도를 방문하기 전에 사전에 예비 조사한 자료 중에서, 김양선의 ?한국기독교회사연구?와 민경배의 ?한국기독교회사?에는 분명히 귀츨라프 선교사의 방문지가 고대도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정행업 학장은 ‘중부권에 속하는 고대도가 개신교 선교 성지인데 그 곳에 귀츨라프 선교사를 기념할 만한 기념비나 사표(史標)가 없다면, 중부권에 속한 우리 대전신학교가 주축이 되어 기념비라도 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하는 희망을 여러 번 피력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념비가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에 세워진 연유가 너무나 궁금하였고 귀츨라프 선교사의 기념비를 답사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 목적이었므로, 우리는 서둘러 원산도로 가기로 하였다.
원산도는 고대도에 비해 꾀 큰 섬이라고 한다. 그래서 섬 어느 곳에 기념비가 있는지 알아보아야만 하였다. 이인환 목사도 그 기념비가 원산도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모른다고 하였다. 이진수 전도사가 원산도에서 목회 하는 몇 분 목사들에게 수소문하여 기념비의 소재지가 원산해수욕장 언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 원산도에 장로교 통합측 교회가 있는지 알아보아 달라고 하였다. 초정교회를 담임하는 박석기 전도사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박전도사에게 연락하여 원산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안내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박전도사도 귀츨라프 선교사의 기념비에 가 본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수소문하여 그 곳 위치를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벌써 점심 때가 다 되었다. 고대도에서 보면 원산도는 바로 건너 보이는 섬이지만, 여객선이 다니지 않아 사선(私船)을 구하기로 하였다. 마침 김영식 씨가 자신의 배로 우리 일행을 원산도로 건네주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고대도교회의 김진수 전도사 내외와 하옥희 권사가 따라 나선 것이다. 그들도 귀츨라프 선교사의 기념비를 이번 기회에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그것이 왜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에 있는지 궁금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의 수가 배나 늘어났고, 모두들 마치 무슨 큰 비밀을 파 해치러 가는 사람들처럼 흥분에 들떠 있었다.
참고문헌
최초의 선교사 귀츨라프 목사와 고대도 선교
1. 고대도를 찾아서
선교사로서 우리 나라를 방문한 최초로 방문한 이는 중국선교사로 홍콩에 와 있던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 G?tzlaff 1803-1851)라는 독일 출신 루터교 목사이다. 귀츨라프 선교사 일행은 1832년 7월 17일 장산(장산곶)에 도착한 후 22일 녹도(록도) 근처 불모도(불모도)를 거쳐 26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소재한 고대도(고대도) 정박하였다. 그들은 홍주목사 이민회 등의 관리들을 만나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조선 국왕에게 정식으로 통상을 청원하는 서한과 한문 성경을 비롯한 26종의 책자와 망원경을 비롯한 많은 선물을 순조 임금에게 진상하도록 전달하였다. 그리고 조정의 회답을 기다리는 동안 고대도에 20일을 머무면서 주민들에게 한문 성경과 전도문서와 서적 및 약품을 나눠주고, 감자를 심어주고, 감자와 포도주 재배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가르쳐 주고 그리고 한글 자모를 받아 적은 다음 후에 이를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이는 시기적으로 보아 토마스 목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대동강변에서 주민들에게 성경을 나눠주다 순교한 1866년보다 34년 앞선 일이며, 언더우드와 아펜셀러가 인천에 상륙한 1884년보다 52년 앞선 일이었다. 그리고 최초의 카톨릭 선교사인 불란서 신부 모방(Pierre Maubant)이 내한 한 1836년보다도 4년이나 앞선다.
대전신학교 부설 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중부권 지역의 교회사 유적지를 발굴 조사하려는 연구 목적에 따라, 최초의 개신교 선교지가 바로 중부권에 속한 고대도라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어, 고대도를 방문하고 귀츨라프 선교 사역의 발자취를 답사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본 연구소의 소장인 정행업 학장과 연구위원인 황순환 교수 그리고 필자가 1998년 13일 오후에 대전을 출발하여 대천에서 일박을 하고 7월 14일 고대도를 방문한 것이다. 고대도에는 합동측 교회가 하나 있고 귀츨라프 선교사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답사의 주요 목적이었다.
대천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30분만에 도착한 곳이 고대도이다. 마을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만난 주민에게 고대도 교회의 위치를 물어 보았다. 마침 그는 김영식 씨인데 고대도 교회의 교인이며, 부인은 홍옥란 집사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일행을 친절하게 안내하여 주었다. 김영식 씨에게 귀츨라프 선교사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그 마을의 원로인 김상곤 옹(1916년생, 83세)이 혹시 알고 있을 지 모른다고 하며, 그분 댁으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김옹은 고대도가 일제시대 때부터 부유한 섬이었고, 주민들이 항일정신이 강하였으며, 민주적이고 자치적으로 어장을 잘 운영하여온 모범적인 섬이라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기 이전에 이미 어민생활 개선 운동을 자치적으로 추진하여 후에 새마을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혹시 외국 선교사가 고대도를 방문한 것에 대해 옛 어른들에게 들은 것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였다.
고대도 교회에 최근에 부임한 전도사님 댁으로 가는 길에 고대도 교회의 최초의 신자인 하옥희 권사(1920년생, 79세)를 만나게 되었다. 하 권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으나, 그 역시 165년 전의 일에 관해 옛 어른들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10 여년 전에 어떤 장로님이 고대도 교회에 오셔서 귀츨라프 선교사라는 분이 예전에 고대도를 방문하여 성경과 전도 문서를 나눠주고 감자도 심어 주고 갔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였다. 하옥희 권사는 20세에 고대도로 시집을 왔는데 시집을 오기 전에 교회에 다녔다고 한다.
고대도에는 오랫동안 교회가 없었는데 1950년대 초에 안식교 선교사가 고대도에 방문하여 6-7년 동안 선교활동을 하다가 돌아갔으며, 그후 1982년경에 곽길보 목사가 고대도 교회(합동측 개혁파)를 개척하였다고 한다. 곽 목사가 5년 동안을 목회를 하고 이어서 진희범 목사, 임종관 목사, 이인환 목사들이 목회 하다가 얼마 전에 이진수 전도사가 부임하였다. 우리는 하옥희 권사에게 고대도에 귀츨라프 선교사의 기념비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위치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하 권사는 고대도에는 기념비가 없고 10여년 전에 원산도에 기념비가 세워진 것으로 아는데, 자기가 알기로는 ‘고대도에 세워져야 할 기념비가 원산도에 잘못 세워졌다’는 얘기를 여러 번 강조하였다.
우리 일행은 김영식 씨와 하 권사와 함께 언덕 아래의 고대도 교회를 방문하였다. 마침 유치부 어린이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진수 전도사는 댁에 계시고 사모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두 분은 모두 중등 교사 생활을 하다가 사명을 받아 고대도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을 주민들이 전도사 내외가 교사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어린이집을 운영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이진수 전도사를 만나서 귀츨라프 선교사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대도가 귀츨라프 선교사의 최초 방문지인지 모르고 부임했다고 한다. 아마 그를 이 교회에 소개한 보령시 청라면 소재 향촌교회를 담임하는 이인환 목사가 그 내용을 잘 알 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 목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이 목사와의 통화에서 귀츨라프 선교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그는 고대도를 여러 번 방문한 바 있는 리진호 장로가 저술한 책과 여러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옥희 권사가 말한 바 있는 장로가 바로 필자도 잘 아는 리진호 장로인 것이 확인되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귀츨라프 선교사 기념비는 고대도가 아니라, 원산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주었다. 귀가하는 길에 이인환 목사를 방문하여 그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살펴보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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