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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믹스(韓國이 元祖生産國)

Joyfule 2012. 7. 23. 03:25

 

커피믹스(韓國이 元祖生産國)

한 해 1조어치 팔리는 ‘국민 후식’ 커피믹스 … 

 

 

 

2009년과 2010년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답은 커피믹스다.

지난해엔 순위가 좀 바뀌었지만, 당시엔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달 롯데마트에서 가공식품 중 가장 많이 팔린 품목 역시 커피믹스였다.

한 달 판매액만 110억원. 봉지라면·맥주(각 70억원)의 1.5배 수준이다.

1970년대 처음 나온 커피믹스가 ‘국민의 습관’이 되기까지 과정을 살펴본다.



2009·2010년 이마트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커피믹스가 처음 나온 건 1976년 12월.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사진)’였다. ‘커피·크리머·설탕을 이상적으로 배합한 1회용

가용성 커피’라는 문구를 넣어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알렸다.

‘가용성(可溶性)’이란 물에 녹는다는 뜻이다.


 

1976년 처음 나온 후 인기를 얻은 커피믹스는 지난해 기준 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동서식품·남양유업·롯데칠성과 스타벅스까지

시장에 뛰어들어 고급화·다양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커피믹스는 처음엔 길쭉한 막대 형태가 아니었다. 요즘의 티백 같은

넓은 직사각형 포장에 담겨 나왔다. 요즘과 같은 스틱 포장은 87년 출시됐다.

동서식품이 ‘동결건조’라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포장을 싹 바꾼 것이다. 동결건조방식은

섭씨 영하 40도 이하에서 원두를 농축·분쇄해 만드는 것으로 기술이

어렵고 설비도 기존보다 10배 비쌌다.

 

하지만 맛과 향을 원두 처음 상태에 가깝게 보존할 수 있다. 동서식품은

합작사인 미국 제너럴 푸즈의 지원을 받아 이 방식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만든 것이 바로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 ‘맥심’이다.

당시 가격은 10g짜리 20포 한 상자가 1500원이었다. 현재는 같은 중량·

개수에 3300원이다.

 

 



 76년 넓적한 사각형 포장에 담겨 나온 최초의 커피믹스엔 커피와

설탕·크리머가 봉지 안에서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막대형으로 바꾼

뒤엔 세 원료를 섞지 않고 원료가 층을 이루게 했다. 이 방법에 힘입어

막대 뒷부분을 잡으면 설탕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제품이 96년에 나왔다.

 한국의 커피믹스는 세계 최초 제품으로 기록됐다. 다른 나라에

없던 것을 한국이 가장 먼저 만들 수 있었던 데는 식물성 크리머인

‘프리마’를 개발한 기술이 있었다. 세계 최초의 크리머는 61년 스위스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내놓은 ‘커피 메이트’다. 야자열매의 식물성

유지를 주원료로 만든, 커피 맛을 부드럽게 하는 재료다. 본래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에 납품할 분유를 만들었던 미국 회사 ‘카네이션’의

기술이었는데 네슬레가 사들여 제품화했다. 우유에서 얻었던 기존

크리머에 비해 쉽게 상하지 않고 물에도 잘 녹았다. 동서식품은

이 같은 기술을 재빨리 들여와 74년 크리머를 자체 개발했고,

2년 후 커피믹스라는 신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1960년대 다방 문화 확산되며 커피매니어 늘어

커피믹스는 출시 후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양탕국에서 커피믹스까지’ 전시를 기획한 김래영 학예연구사는

“커피믹스 인기를 끈 가장 주요한 요인은 다방문화의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직전 전국 70개였던 다방은 휴전협정이 체결된

53년 3000개로 늘어났다. 59년엔 서울의 다방에서만 한 해 커피 4000만

잔이 소비됐다. 커피믹스는 이 같은 다방문화에서 소비층을 확보했다.

‘커피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프림 두 스푼’이라는 다방커피 공식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아무 거부감 없이 커피믹스를 받아들였다.

여기에 커피믹스가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성미

급한 한국인의 기질과 잘 맞아떨어졌다.



 97년 외환위기는 커피믹스에 오히려 기회였다. 회사마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커피 타는 부하 직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조성되면서 직장에서 커피를

직접 타 마시게 된 것 역시 커피믹스 소비 증진에 일조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각 회사 안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커피믹스 판매가 늘어난 덕에

다른 회사들이 역성장을 하는 가운데서도 동서식품은 96~98년

연평균 10% 이상 성장을 했다.

 



 2000년대 중반엔 각 음식점이 들여놓기 시작한 자동판매기 덕을 봤다.

크기가 작은 커피 자동판매기를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놓기 시작한 것.

한국인의 대표적 입가심 음료(?)였던 숭늉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 자판기에는 자판기용 대용량 커피믹스가 들어갔다.


 커피믹스는 이민 간 친척을 만나러 해외에 나갈 때 필수 선물로

꼽히기도 했다. 인기가 높아지니 짝퉁까지 나왔다. 동서식품의

대표제품인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와 비슷한 노란색 봉투 제품이

2000년대 중반부터 국도변 등지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 100봉 묶음

봉투의 디자인이 거의 흡사해 소비자들이 깜빡 속았다. 업체들은

이런 짝퉁과 진품을 구분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커피믹스 포장에 배우 이미연·김정은·이나영 같은 모델의 얼굴을 넣었다.

이후 김연아·김태희 등 모델의 얼굴이 들어간 커피믹스 포장이 일반화됐다.



 한동안 국내 시장에서 커피믹스는 동서식품에서 나온 것뿐이었다.

그러다 89년 변화가 생겼다.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가 한국에

진출해 ‘테이스터스 초이스’라는 브랜드로 도전한 것. 네슬레는

92년 점유율을 30% 선까지 끌어올렸다. 두 회사는 ‘아이스 커피믹스’

‘저칼로리 커피믹스’ ‘헤이즐넛향’ 등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경쟁을

계속했다. 이후 다른 업체들도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판도를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



 동서식품 ‘1강(强)에 네슬레 ‘1중(中)’이라는 구도는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지각변동이 일었다.

우선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이 2005년 ‘레쓰비 리치골드’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2010년엔 남양유업이 ‘프렌치 카페’를 내놓으면서

무지방 우유로 커피 크리머를 만들었다. 남양유업은 이내 네슬레를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올랐다.



무설탕 제품, 원두 첨가 등 점점 고급화

 

왼쪽부터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의 대표상품

‘맥심 모카골드’. 한국 커피믹스 시장에 1989년 진출한 네슬레의

‘테이스터스초이스 수프리모’, 1990년대 커피믹스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나온 ‘맥심 아이스 커피믹스’, 프리마에 무지방 우유를

넣은 ‘맥심 화이트골드’. 2010년 말 커피믹스에 우유를 최초로 넣은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인스턴트 커피에 원두 커피도

섞은 동서식품의 ‘카누’, 스타벅스가 만든 인스턴트 스틱 커피 ‘비아’,

롯데칠성이 원두를 넣어 이달 출시한 ‘칸타타 스틱커피’

 


이후 커피믹스는 점점 고급화됐다. 동서식품은 프리마·설탕이 없는

아메리카노 스타일의 원두 커피믹스 ‘카누’를 내놨고 롯데칠성

역시 ‘원두를 직접 갈아넣었다’는 점을 앞세운 ‘칸타타 스틱커피’를

이달 출시했다. 스타벅스도 커피믹스 경쟁에 불을 지폈다.

2009년 미국에서 ‘비아(via)’라는 이름으로 스틱형 커피믹스를 내놨다.

국내에는 지난해 들어왔다. 개당 1300원으로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커피믹스 중 제일 비싸다.



 12g짜리 커피믹스 한 봉지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우선 커피 원두를 볶은 뒤 적당한 크기로 분쇄한다. 이후 뜨거운

물을 이용해 커피 용액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커피 향을 따로

분리해 저장하고 커피 용액은 농축한다. 그 뒤 용액과 향을 다시 섞고,

이렇게 혼합한 용액을 차례로 동결·분쇄·건조한다. 여기에 크리머

·설탕을 넣어 포장하면 완제품이 된다. 용액과 향을 분리했다가

되섞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최종 제품에까지

향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커피믹스가 아직까지는 인기 상품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는 결코 만만치 않다. ‘커피점 바로 옆에 또 커피점, 길 건너에

또 하나’라는 말처럼 우후죽순 격으로 생긴 커피전문점이 강력한

경쟁 상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은 1만2000개에 이른다. 2006년 1254개이던 것이

5년 만에 10배가 됐다. 커피전문점에서의 판매액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2010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60% 뛰었다. 이렇게 커피를 전문점에서 많이 마시면 커피믹스

소비가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다.

 물론 아직은 커피믹스 소비량이 훨씬 많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믹스는 150억 잔 분량으로 전문점에서의

원두커피 소비량 11억 잔을 압도한다.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믹스 전체 매출은 1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선진국을 봐도 그렇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것 같은 원두커피

소비가 70~90%를 차지한다.

 

국내 커피 시장도 점차 이런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바로 이런 추세 때문에 커피믹스 회사들은 최근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내놨다. 커피전문점에 맞선 대항마 격이다. 과연 인스턴트 원두커피와

커피전문점 간의 힘겨루기는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까.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