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말의 여러 가지 의미 ♣
"내가 당신과 의논하기 앞서, 나는 내 용어를 정의해야 한다."
고 말한 것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이다.
말을 막연히 혹은 애매한 상태로 하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불충분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자기가 사용하는 말의 의미가 듣는 상대에게
별도의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영국인에게 '콘'은 단순한 '곡물'로, 소맥이나 호밀이다.
그러나 미국인에게 '콘'은 '옥수수', 발에 생긴 '티눈',
속어로는 '진부하고 과대한 감상'의 의미이다.
'뉴욕'사람은 '시카고' 사람을 서쪽에 살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보면 '시카고'는 동쪽이다.
'강릉'사람은 '원주'사람을 서쪽에 살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보면 '원주'는 동쪽이다.
정치용어로 '서방'은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와 미국을 가리킨다.
전후 관계를 명백히 하지 않고 쓰는 말이 의외로 많다.
추상개념이 관계되면 언어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 사이에서 오해의 비극은
쌍방 어휘에 엄밀한 동의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될 때도 있다.
'유엔'에서 유엔 과업의 하나로 <인권헌장>을 처음 기초할 때,
이 과업의 참된 의도와 목적을 각국 대표에게
인식시키는 일부터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한 가지 말이 각자에게 갖는 의미를 조사하여,
그 말을 정의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다른 말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문장은 상세히 검토되었고 때로 타협이 따랐다.
그러나 이 문안 작성에 모인 각국 대표가
그것을 동일한 의미로 해석했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유엔의 동시 통역사들이 연설 통역에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동시에 옮겨 놓는 능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어휘, 문법, 구문만 아니라,
연설자가 쓰는 말의 정신을 다른 말로 옮기는데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언어를 구사할 때 의미는 자기가 정한 대로만 쓰고
다른 의미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태도야말로,
거칠고 무익한 논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두사람이 대화에서 동일어휘를 사용해도 실제는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