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과 유언/이홍식, 정민 (옮긴이) | 김영사



조선시대 최고 명문가에서 남긴 가훈 21편과 유언 10편을 옮긴 책. 면앙정 송순, 고산 윤선도, 그리고 성호 이익 등이 아버지의 마음으로 자녀들에게 남긴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이 자녀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들과 죽음을 앞두고 남긴 마지막 말을 생생히 보여준다.
명문가 출신으로 난세를 살아온 조선시대 아버지들. 그들의 글은 자식들이 바르고 순탄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면 따끔한 편지를 써서 격렬하게 나무라고 벼슬길에 나서면 이런저런 당부를 곰꼼히 적어주기도 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신숙주가 아들에게 준 가훈에 나오는 말이다. 일세를 호령하는 빼어난 호걸이 되기보다 오히려 더 낮추고 비워서 근면하고 신중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들어있다.
아버지의 마음은 죽음 앞에서도 한결같다. 유언 중에는 당쟁에 몰려 귀양 가서 사약을 앞에 두고 쓴 것도 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 종이와 붓을 겨우 얻어 쓴 것도 있다. 죄인으로 죽으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토로하는 아버지의 당당함은 자식들에게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명문가 출신으로 난세를 살아온 조선시대 아버지들. 그들의 글은 자식들이 바르고 순탄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면 따끔한 편지를 써서 격렬하게 나무라고 벼슬길에 나서면 이런저런 당부를 곰꼼히 적어주기도 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신숙주가 아들에게 준 가훈에 나오는 말이다. 일세를 호령하는 빼어난 호걸이 되기보다 오히려 더 낮추고 비워서 근면하고 신중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들어있다.
아버지의 마음은 죽음 앞에서도 한결같다. 유언 중에는 당쟁에 몰려 귀양 가서 사약을 앞에 두고 쓴 것도 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 종이와 붓을 겨우 얻어 쓴 것도 있다. 죄인으로 죽으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토로하는 아버지의 당당함은 자식들에게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아비는 배움이 정밀치 못하고 덕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보다 먼저 나아가 더 많이 이루려 했다. 그러나 이제 아무 이룬 것 없는 죄인의 몸으로 세상을 더난다. 나를 세우지 못하고, 발 붙이고 있어야 할 곳에 뒤꿈치를 눌러 단단히 서지 못했다. 이룬 것 없이 여기저기 기웃대다 맹수와 독사에 물려 초주검이 되었다. 그 까닭이 어디 있겠느냐? 이 모든 것이 심지를 바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 이제 떠날 때가 된 모양이로구나. 날을 잔뜩 벼린 칼을 들고 옥리들이 들어오는구나. 더 길에 쓰지 못한다. 죽음 앞에서 회한을 담아 적는 아비의 말을 너희는 살에 새기고 뼈에 새겨라. 아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 본문 30~31쪽에서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는 독서의 단계를 하나하나 따져서 보여주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볕드는 동창 아래서 소리를 내어 책을 읽는다. 마음을 전일하게 해서 눈동자도 깜빡이지 않고 몰두한다. 두 손은 무릎 위에 단정히 얹고, 바른 자세로 앉아 전날 배운 내용을 다 외운다. 그러고 나서는 아침밥 먹고 다시 새로운 수업을 받고, 온종일 부지런히 읽고 또 읽는다. 옛 성현은 책 속에 절로 만종의 곡식이 있다고 했다. 한 마디 한 말씀 모두 스승으로 삼아 하나하나 익혀나가다 보면, 아마득히 어렵기만 하던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던 말도 아주 쉽게 이해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러니 다른 의심으 거두고, 다만 부지런히 읽고 또 읽어야 한다. - 본문 253쪽에서 |



이홍식 - 경남 합천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조선후기 문장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중. 저서로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가 있다. 정민 - 1960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현재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미쳐야 미친다>, <한시미학산책>,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꽃들의 웃음판>,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어린이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죽비소리>, <내가 사랑하는 삶>, <마음을 비우는 지혜>, <스승의 옥편>, <미쳐야 미친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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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가훈과 유언으로 만나는 아버지
호걸이 되는 것은 내가 바라지 않는다
-신숙주의 가훈
저절로 이르는 것도 가려서 받아라
-한충이 옥중에서 임종 전에 아들에게 준 유언
지하에서 네 어미를 볼 낯이 없구나
-송순이 자식에게 준 훈계
아버님의 가르침을 네게 전한다
-유희춘의 '십훈'
내 너희를 위해 남긴 것이 없다만
-이정암의 유서
백성 부리기를 큰 제사 받들듯 해야만
-이덕형이 고을 원이 되어 가는 아들 여벽을 훈계한 글
선대의 가법을 더럽히지 마라
-김봉조가 아들에게 내린 가훈
가문의 흥망이 이 종이 한 장에 달렸다
-윤선도가 큰아들 인미에게 준 훈계
내가 평생 지녀 지킨 경계
-허목이 자손에게 내린 18조목의 훈계
할 말은 많은데 기운이 다해가는구나
-김경여가 아들 진수에게 남긴 유언
술꾼 아비의 훈계
-김휴가 자식을 경계한 글
너희가 소인 됨을 면해야 눈을 감겠다
-권시가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
내가 평소 공부한 군자의 길
-유계가 아들에게 준 가훈 18조
작약은 번화해도 열매 맺지 못하나니
-홍여하가 아들에게 준 훈계
세상의 명리는 재앙일 뿐이다
-신정이 여러 아들에게 써준 훈계
독서하는 종자가 끊이지 않게 하라
-김수항이 아들에게 남긴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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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말에서 그의 기구한 삶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삶을 버리고 가니 얼마나 홀가분했겠습니까. 그러나 모든 이가 이처럼 이승의 손을 홀가분하게 놓지는 않습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인조를 호종했던 송애 김경여는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겼습니다.
제 목 :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지은이 : 정민, 이홍식 엮고 옮김 펴낸곳 : 김영사 / 2007.4.26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3,000 ![]() "대저 재주가 높고 빼어난 인물이 되는 것, 호걸이 되는 일은 내가 실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너희가 삼가 이 가훈을 지켜서 날마다 삼가고 삼가 '삼가는 선비'로 불리며 선조에게 부끄러움을 끼치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고 하며 여섯 항목의 가훈을 남겼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아버지들은 대개 한 시대를 풍미하였습니다. 재상으로 살았고, 또 정쟁의 화를 입어 유배되거나 사사되었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아비가 제 자식에게는 한결같이 삼가고, 겸손하라 말합니다. 호걸처럼 되기를 바라지 않고(신숙주), 과거시험에도 연연하지 말며(이건명), 그저 책을 벗하며(송규렴), 담박하게(안정복) 살라 합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누려 재앙을 입었으니 너희는 나를 경계 삼아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김수항) 합니다. 다들 글깨나 읽었던 선비였지만 유언이나 가훈에는 멋부림이 없습니다. 고답하고 싱겁습니다. 큰 가름침일수록 오히려 멋이 없나 봅니다. 쉬이 따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절실합니다. 어렸을 때 읽었다면 누린내 풍기는 잔소리로 치부했겠지만 조금 나이 들어 읽으니 그런 마음 느껴집니다. 말 많아 좋은 일은 없습니다. 아비 된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특히 높은 지위에까지 올랐으나 우러러 받들던 임금에게 사사되었던 사람에게야 오죽했겠습니까. 남은 시간이 짧아 말을 줄인다고 했지만, 그 말줄임 또한 큰 가르침이었을 것입니다. 서른 한 편의 가르침은, 그래서 비록 짧고 멋은 없지만 간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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