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을의 미학 - 박종영
잎은 흔적을 남기는 일이 의무라지만
들여다보이는
슬픈 벌레 구멍으로
하늘이 한 겹씩 구름의 덫을 벗기며 흐른다.
바람이 서늘하다는 것은 결국
또르르 구르는 낙엽의 소리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
울굿불굿 치장을 마치고 나온
흔들리는 것들의
붉은 얼굴마다 아름다움을 배우려는
산새들이 쫑알거린다.
그것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손을 펼쳐 내려앉기를 기다리면,
보람으로 콩 새 한 마리
우주를 물고 와
한가락 세상을 들려준다.
가을은 참, 이래서 좋다
산나리 구절초 쑥부쟁이 모두 한자리에서
겨울나기를 수군대는 동안
한 축 끼어 귀를 세우면,
가슴 어우르며 어둔 밤으로 사라지는
동동한 시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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