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과 11월의 사이 - 박종영
강변 근처 물풀 그늘에서
긴 목으로 흔들리는 갈대의 안간힘이
빛바랜 생명으로 비상하려 한다
바삭거리는 눈물은 말라가고
허공에 이별을 매단 채, 초겨울 바람 앞에서
시린 손금을 비빌 때 마다
삶의 존재들이 일어서고
해마다 찾아오는 철새무리들
윤기나는 깃털 파닥이며
강물 환하게 물 고랑 길을 트고
반복하는 그리움으로
마른 몸뚱이 구석구석 쪼아
굽은 허리 넉넉하게 펴는 부리마다
포근하게 일어서는 겨울 집
푸른 기억 출렁거리며 돌아눕는
10월과 11월의 갈대 꽃이
창창한 고향의 강으로 섞여가는
저, 순종의 의미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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