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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는 ‘스탠퍼드의 아이들’

Joyfule 2017. 12. 27. 11:34
 

  

   (1)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는 ‘스탠퍼드의 아이들’

 

 

나중에 자바(Jav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어 인터넷시대를 꽃피우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라는 회사는 이렇게 베이비붐 세대의 젊은이 네 명에 의해 1982년 탄생하게 된다. 야망과 비전을 가진 코슬라가 CEO를, 생산공정에 대한 경험과 사람 다루는 기술이 탁월한 맥닐리가 생산책임자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두 천재 벡톨셰임과 조이가 기술적인 부문을 맡은 환상적인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27세로 나이가 같았고, 미래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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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워크스테이션의 강자는 미국 동부에 본부를 둔 아폴로사였다. 본래 워크스테이션이라는 개념도 아폴로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선의 젊은 창업자들은 이 선두주자를 죽여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이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겁이 없었다. 맥닐리는 “아폴로를 죽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코슬라는 아폴로 로고 위에 ‘햇볕으로 태워 버리자’는 스탬프를 찍은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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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와 마찬가지로 동부에 본부가 있는 컴퓨터비전사는 CAD 시스템을 일괄제공하는 회사로, 이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었는데 1980년대초 CAD 시스템의 컴퓨터를 미니컴퓨터에서 가격이 싼 워크스테이션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제조회사들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기로 한다. 아폴로와 선은 바로 여기서 극적인 한판승부를 벌인다. 선의 제품은 컴퓨터비전의 엔지니어들로부터 호감을 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계약은 아폴로에게 돌아갔다. 그 회사 경영진은 신생회사의 검증이 안된 제품보다 선두주자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일반적인 평가도 아폴로 제품이 더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었다. 더욱이 아폴로와 컴퓨터비전은 한 동네 이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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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따낸 아폴로 간부회의에서 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스탠퍼드 아이들’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동안 코슬라는 전화로 계약을 놓쳤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날 밤으로 코슬라와 맥닐리는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은 컴퓨터비전 로비에서 죽치고 앉아 안면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간청한다. 컴퓨터비전 사람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그들을 로비에서 쫓아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마지막으로 돌아가 있으면 제임스 배럿(현 인텔 CEO) 사장이 전화해 주겠다는 회유책이 제시되고 그 다짐을 받고서야 두 사람은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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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배럿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코슬라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배럿 사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아폴로로부터 계약을 빼앗아 온 것이다.아폴로는 이후부터 더 이상 이 ‘아이들’을 깔볼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다른 회사에 흡수 합병당하는 비운을 맡게 된다. 스콧 맥닐리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High Noon”이라는 책에서 선의 승리와 아폴로의 패배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분석했는데 첫째는 전통적인 동부의 세련되고 격식을 중시하던 아폴로 경영진은 선의 겁없는 아이들이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다는 식의 저돌적인 공격에 전혀 대비가 안돼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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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가로채 갔을 때도 무능한 경영진은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다. 단지 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거품을 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선이 엔지니어 세계에서 표준처럼 굳어지고 있던 유닉스 운영체제를 사용한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유닉스에 익숙한 엔지니어들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선의 제품을 다룰 수 있었고 동료들과 협동작업도 쉬웠다. 그러나 아폴로는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기계를 사용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것이다. 출범하면서부터 유지해온 선의 공개시스템정책은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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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조이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Sun-2 워크스테이션이 시장의 각광을 받으면서 선의 사세는 날로 커져 갔다. 그러나 직원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CEO로서 코슬라의 지도력이었다. 지식기반의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인데 그는 이를 관리하는 데 서툴렀던 것이다. 연필 사용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그의 스타일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성공에 대한 집착이 그에게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여유를 빼앗아 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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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맥닐리는 사람을 다루는 능력에서 돋보였다. 금요일 밤 직원 맥주파티에 나타나 격의 없이 직원을 다독이는 사람은 CEO인 코슬라가 아니고 맥닐리였다. 그는 의자에 올라가 즉석연설을 하곤 했는데 거기서 누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금 누구와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회사 일을 시시콜콜하게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며 가족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맥닐리는 회사가 이루려는 목표 앞에 직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코슬라와 비교되면서 맥닐리는 자연스럽게 선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