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토요일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제 우체부 아저씨가 오실 때까지 이 편지를 봉투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좀더 써 넣기로 했어요.
우편은 정오에 딱 한 번 배달됩니다.
시골의 우편 배달은 농민들에게 있어서 대단한 즐거움이에요!
우체부 아저씨는 편지를 배달해 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우리들의 심부름도 해 주세요.
심부름은 한 가지당 5센트에요.
어제는 제게 구두끈과 콜드 크림 한병
(새 모자를 사기 전에 얼굴이 타서 코의 껍질이 완전히 벗겨져 버렸어요)
그리고 파란색 윈저 넥타이와 구두약 한 병, 전부해서 10센트에 배달해 주셨어요.
이것은 특별히 싸게 해 주신 거예요.
제 주문은 이렇게 많았는데도요.
우체부 아저씨는 그 외에도, 전 세계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배달하며 지나오는 길에 신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있기 때문에
아저씨는 마차에 흔들리며 그 신문을 읽으시고는
신문이 없는 사람들에게 뉴스를 전달해 주시지요.
그러니까 가령 미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도,
대통령이 암살 당했다 해도,
록펠러 씨가 존 그리어 고아원에 백만 달러의 유산을 남겼다고 해도
일부러 알려주실 필요는 없는 거예요.
어쨌든 제 귀에도 들어오니까요.
저비 도련님으로부터는 여전히 다른 소식이 없어요.
하지만 집안은 굉장히 깨끗해요.
그리고 모두 집에 들어올 때는 세심하게 주의해서 구두를 닦지요.
저비 도련님이 빨리 오시면 좋겠어요.
이야기 상대가 없어서 못 견디겠거든요.
셈플 부인은 솔직히 말해 너무 단조로워서 실증 났어요.
그 부인과의 대화는 언제나 쉴새없이 건성으로 떠드는 것뿐이라서
조금도 사상이라는 것이 끼어들지를 않아요.
그것이 이곳 사람들의 이상한 점이에요.
이 사람들의 세계는 작은 언덕 꼭대기뿐이에요.
그러니까 조금도 세계적이지 못해요.
제가 말하는 의미를 아시겠어요?
존 그리어 고아원 시절 같아요.
그곳에서는 우리들의 생각은 사방에 둘러쳐진 철책에 갇혀서,
세상과는 아무런 교섭도 없었어요.
단지 그 시절의 제가 지금보다 어렸고 너무나 바빴기 때문에
그다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죠.
제가 맡은 침대를 정리하고, 아이들의 얼굴을 씻어주고, 학교에 다녀오고,
또 아이들 얼굴을 씻어주고, 양말을 기워주고,
프레디 퍼킨즈의 바지에 헝겁을 대고 (그 아이는 하르도 안빼고 찢어 놓거든요)
그 틈틈이 학교 공부를 하고, 그것이 전부 끝날 때 쯤에는
이미 너무 졸려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얘기하기 좋아하는 대학 생활을 2년간이나 계속해 오는 동안
얘기 상대가 없으면 쓸쓸해지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저에게 얘기 상대가 되어 줄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돼서 기쁜 거예요.
자, 이제 펜을 놓겠습니다.
지금 당장 다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이 다음에는 더 긴 편지를 쓸게요.
언제까지나 당신의 주디 올림
추신 ㅡ 올해는 상추의 수확이 별로 좋지 않아요.
여름 초기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그렇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