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9월 10일
아저씨께
저비 도련님은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안 계시니 정말 쓸쓸하군요!
사람이든 어떤 장소든 매일 함께 생활에서 친숙해진 뒤,
갑자기 사라지면 아주 공허하고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셈플 부인의 이야기는 너무 맛없는 음식처럼 느껴져요.
앞으로 2주일 후면 학교가 시작됩니다.
다시 즐겁게 공부할 거에요.
그런데 올 여름은 글을 아주 많이 썼어요.
단편 6편과 시 7편을 썼지요.
각각 잡지사에 보냈지만, 모두 다 공손한 거절과 함께 곧바로 되돌아 왔어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좋은 연습이 된 걸요.
저비 도련님이 전부 읽어 보셨어요.
그 분이 우편물을 받아 오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려지고 말아요.
그 분은 제 원고가 모두 시시하다고 비평했어요.
아무래도 제 스스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확실히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어요
(저비 도련님은 예의때문에 진실을 왜곡하는 분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마지막에 쓴 것 - 대학을 제목으로 한 짧은스케치 - 은 나쁘지 않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분이 곧 그것을 타이프로 쳐 주셨기 때문에 어떤 잡시자에 보냈어요.
2주일이 지나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면 고려중인가 봐요.
어머, 저 하늘을 보세요!
정말 이상한 오렌지 빛이에요.
폭풍우가 있으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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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썼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며 여기저기서 셔터가 울기 시작했어요.
서둘러 창문을 닫으러 갔더니 캐리는 우유냄비를 잔뜩안고
다락방으로 뛰어와서 비가 새는 곳에 받혀 두었어요.
그리고 나서 다시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었는데
갑자기 과수원 나무밑에 방석과 모포와 모자와
매슈 아놀드 시집을 두고 온것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재빨리 뛰어가 봤더니 모두 흠뻑 젖어 있더군요.
시집 표지의 빨간 색이 안에까지 번져 있었어요.
<도버 해안>은 앞으로 핑크빛 파도가 밀려오겠죠.
시골의 폭풍은 사람을 많이 놀라게 해요.
밖에 그냥 놔두어 바람을 맞으면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늘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