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9월 26일
키다리 아저씨께
대학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학년 올라가서 이젠 3학년이에요.
우리들의 공부방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멋져졌어요.
남쪽으로 큰 창이 두 개 있고 가구는 굉장해요!
줄리아가 무제한의 용돈을 가지고 이틀 전에 대학으로 돌아와서 실
내 장식에 열을 올리고 있거든요.
새 벽지와 동양풍의 양탄자와 마호가니 의자,
작년까지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던 마호가니의 모조품이 아니에요.
진짜 마호가니라고요.
아주 호화롭고 깨끗한 방이에요.
하지만 왠지 저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수라도 해서 어딘가 잉크 얼룩이라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늘 걱정스럽거든요.
그리고 돌아와보니 아저씨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니 죄송해요.
아저씨의 비서 분의 편지에요.
왜 그 장학금을 받으면 안되는 거죠?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해주세요.
왜 아저씨가 반대하시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아요.
하지만 어쨌든 반대하셔도 절대로 소용없어요.
이미 받아 버렸거든요.
그리고 이번만은 제 결심을 굽히지 않겠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건방져 보이지만, 결코 그럴 생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에요.
분명 아저씨의 생각은 일단 저를 교육시키려고 한 이상
마지막을 졸업증서라는 형태로 깨끗하게 종지부를 찍고 싶으셨겠죠?
하지만 잠시 1초간이라도 좋으니까 제 입장에서 생각해 봐 주세요.
앞으로도 제 교육은 모두 아저씨 덕분이에요.
그 점은 교육비 모두를 내 주신 경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요.
단지 다른 점은 아저씨로부터 빌린 돈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뿐이에요.
분명 아저씨는 제게서 돈을 되돌려 받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전 돌려드리고 싶어요.
만약 가능한 일이라면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장학금을 받은 것은 제 짐을 훨씬 가볍게 해 주는 것이지요.
나머지 일생은 아저씨께 진 빚을 갚는데 바칠 각오가 되어 있지만,
이번 일로 나머지 일생의 반만 바치면 되겠지요.
부디 제 입장을 이해하시고 마음을 바꿔주세요.
매월 보내주시는 용돈은 지금까지대로 아주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줄리아와 줄리아의 가구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무래도 용돈이 필요할 것 같아요.
줄리아가 더 소박한 취미를 갖도록 교육받았다면 좋았을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줄리아가 저와 같은 방이 아니면 좋았구요.
이것은 별로 편지다운 편지는 아니에요.
정말은 더 많이 쓸 생각이었지만- 창문 커튼 4개와 문 커튼 3개를 누비는 중이고
(얼마나 바느질이 엉망인지 아저씨가 못 보셔서 다행이에요.)
치약가루로 놋기구를 닦거나(아주 힘든 일이에요.)
액자의 철사줄을 손톱 가위로 잘라야 하고, 상자 4개에 담긴 책을 풀고,
트렁크 2개에 가득 든 옷을 꺼내고
(제루샤 애버트가 트렁크 두개에 가득 담을 만큼의 옷이 있다는 걸 믿지 않으시겠죠?
하지만 사실이에요!)
더구나 그 틈틈이 50명의 그리운 친구들을 환영해야 해요.
학교가 시작되는 날은 정말 즐거워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저씨.
아저씨의 병아리가 혼자 일어서려고 한다고 해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병아리는 아주 기운 찬 암탉으로 자라고 있어요.
그 울음소리도 단호하고,
아름다운 깃털도 많이 자라고 있답니다.(모두 아저씨 덕분이에요.)
애정을 담아 주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