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2장 : 까칠한 나 메리양 1
나는 먼발치에서 엄마 모습을 보길 좋아했고
엄마가 아주 예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엄마에 관해서 아는 것이 너무도 없었기 때문에
사랑한다거나 없다고 그리울 것 같지는 않았다.
실로 나는 나밖에 모르는 아이인지라 언제나 그렇듯이
내 생각에만 정신이 홀딱 빠져서 엄마를 그리워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좀 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분명히 세상에 혈혈단신으로 남겨졌다는 사실에
걱정부터 되었겠지만, 너무 어렸고 항상 남의 보살핌을 받았던 터라
앞으로도 누가 날 돌봐 주겠거니 하고 막연히 생각할 따름이었다.
내가 한 생각이라고는 유모나 다른 원주민 하인들이 그랬듯이
나를 정중히 모시고 내가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는 착한
사람들에게 가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나는 맨 먼저 맡겨졌던 영국인 목사님 댁에는 머무르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았다.
머무르고 싶지도 않았다.
영국인 목사님은 가난했고 나이가 고만고만한 아이 다섯이 있었다.
아이들 옷차림은 지저분했고 늘 저희들끼리 서로 다투고 장난감 쟁탈전을 벌였다.
나는 깔끔하지 못한 방갈로가 싫어서 그 가족에게 밉살 스럽게 구는 바람에
처음 하루 이틀 지난 후에는 아무도 나와 놀지 않았다.
이틀째가 되었을 때 그 집 식구들은 내가 성을 벌컥 낼 만한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 별명을 맨 처음 생각한 사람은 배질이었다.
배질은 뻔뻔한 푸른 눈과 들창코를 가진 꼬마 남자아이였고 나는 그 애를 싫어했다.
그때 나는 콜레라가 터졌던 날 그랫듯이 나무 아래서 혼자 놀고 있었다.
흙으로 둔덕을 쌓고 정원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데
배질이 오더니 근처에 서서 구경했다.
이윽고 배질도 약간 흥미가 동하는 지 불쑥 말을 꺼냈다.
"저기 돌멩이를 쌓아 놓고 바위 정원이라고 하자."
배질이 말했다.
"거기 한 가운데 말야."
그러면서 내쪽으로 몸을 숙이고 가리키려고 했다.
"가 버려!"
내가 소리를 질렀다.
"남자 아이들은 싫어! 가 버리란 말이야!"
잠깐 동안 배질은 화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항상 누이들을 놀려댔다.
배질은 춤을 추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웃어댔다.
"까칠 까칠 메리 양 정원은 어떤 가요?
흰 방울꽃과 조가비, 금잔화가 모두 한 줄로."
배질이 줄곧 노래를 부르지 마침내 다른 아이들도 듣고 웃어댔다.
메리가 성을 낼수록 아이들은 더 요란하게 '까칠한 메리 양'을 불러댔다.
그 후 내가 그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은 메리를 '까칠한 메리양'이라고 불렀다.
자기들끼리 내 이야기를 할 때도 그랬고, 나에게 말을 걸때도 그랬다.
"너, 집으로 보내진대."
배질이 말했다.
"이번 주말에, 네가 가 버려서 우리 다 진짜 좋아."
"나야 말로 좋아."
내가 말했다.
"그런데 어디 집?"
"얘, 집도 모른대!"
배질은 일곱 살짜리 다운 무시하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영국이지, 당연히,
우리 할머니가 영국 살고 메이벨 누나가 작년에 할머니 집에 갔어.
넌 할머니네 가는 게 아니래. 할머니도 없다며, 친척 아저씨에게 간대.
아저씨 이름이 아치볼드 크레이븐이래."
"난 친척 아저씨는 하나도 모르는데."
내가 딱딱 거렸다.
"모를 줄 알았지."
배질이 대답했다.
"너 아는 거 하나도 없잖아.
여자애들이란 다 그렇지.
아빠 엄마가 너네 아저씨 얘기 하는 소리 들었어.
아주 크고 쓸쓸한 시골집에서 산대.
아무도 아저씨 옆에 가까이 안 간다더라.
성질이 무지 괴팍해서 사람들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너네 아저씨는 허락을 한대도 사람들이 옆에 안 가려고 한다던걸.
게다가 곱사등이고, 아주 흉측하다고."
"네 말 안 믿어."
나는 등을 돌리고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 막았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후에 그 말을 한참 생각했다.
크로퍼드 부인이 그날 밤 며칠 뒤면 배를 타고 영국으로 가서 미슬스웨이트에 사는
친척 아저씨, 아치볼드 크레이븐 씨에게 가게 된다고 말했을때
나는 돌처럼 무표정했고 고집스럽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크로퍼드 식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몰랐다.
그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나는 크로퍼드 부인이 뽀뽀하려 하자
고개를 돌렸고, 크로퍼드 씨가 어깨를 토닥였을 때는 뻣뻣하게 가만히 있었다.
"예쁜 구석이 없는 아이에요."
크로퍼드 부인은 나중에 안됐다는 듯 말했다.
"그 얘 어머니는 참 예쁜 사람이었는데, 예의도 발랐고,
그런데 메리는 내가 본 아이중에서도 참 정이 안 가지 뭐에요.
아이들이 다 걔를 '까칠한 메리양'이라고 불러요.
못된 말이긴 하지만 그럴 만하다 싶어요."
"어쩌면 어머니가 그 예쁜 얼굴과 올바른 태도를 좀 더 자주 아이 방에 들러서
보여주었으면 메리도 예쁜 태도를 배웠을지 모르지.
참 슬프군, 그렇게 예쁜 사람은 이제 죽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으니 말이야.
"엄마가 애를 거의 보지도 않았나 봐요.
크로퍼드 보인이 한 숨을 지었다.
"유모가 죽고 나서 저 어린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곤 하나 없었대요.
하인들은 다 도망가고 애 혼자 그 황량한 방갈로에 남겨졌다는 생각을 해 봐요.
맥그루 대령은 문을 열었을때 애가 방 한 가운데 서있는 걸 보고
간이 떨어질 만큼 놀랐다고 하더군요."
나는 어떤 장교 부인의 보호를 받으며 영국으로 향하는 긴 항해를 떠났다.
장교 부인은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데려가는 길이었다.
부인은 자기의 어린 아들과 딸에만 신경이 쏠려 있어서,
런던에 도착해서 아치볼드 크레이븐 씨가
마중 보낸 여자에게 나를 남겨주자 속이 시원했다.
마중 나온 여인은 미슬스웨이트 장원의 가정부로서 메들록 부인이라는 이름이었다.
체구가 건장한 여자로 뺨이 아주 붉었고 검은 눈은 날카로웠다.
진자줏빛 드레스 위에, 가장자리에 흑옥 술 장식이 달린 검은 비단 망토를 둘렀다.
검은 보닛에는 위로 곤두선 자주색 벨벳 꽃이 달려 있어서
부인이 머리를 움직일때마다 까닥거렸다.
나는 부인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차피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었으므로 그렇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메들록 부인도 메리를 딱히 좋게 여기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맙소사! 평범하게도 생긴 어린애네요."
부인이 말했다.
"그 어머니는 예뻤다고 들었는데, 딸에게는 미모를 별로 물려주지 않았나봐요.
그렇죠?"
"나이가 들면 얘도 나아질지 모르죠."
장교 부인은 사람좋게 말했다.
"게다가 이처럼 혈색이 나쁘지 않고 표정만 좀 더 예쁘게 지으면,
아이 외모도 괜찮을 거에요. 아이들은 많이 변하니까요."
"그러자면 참 많이 변해야겠는데요."
메들록 부인이 대꾸했다.
"게다가 미슬스웨이트는 애들아 나아질 만한 곳이 아니라서. 굳이 말하자면 말이죠!"
세 사람은 어떤 호텔로 들어왔고 메리는 약간 떨어져 창가에 서 있었기 때문에
두 부인은 자기들이나누는 이야기가 나에게 들리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나가는 버스와 택시, 사람들을 바라보았지만
두 부인이 하는 얘기도 똑똑히 잘 들었고
그로인해 친척 아저씨와 아저씨가 산다는 곳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는 어떤 곳이고 친척 아저씨는 어떤 분일까?
곱사등이 뭐였지?
나는 한 번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인도에는 곱사등이가 없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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