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장 : 나 홀로 세상에1
내가 고모부 댁에 살러 미슬스웨이트 장원에 갔을때
모두들 나를 보고 세상에서 제일로 정이 안 가는 아이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작은 얼굴과 작은 체구는 비쩍 말랐고
색이 옅은 머리는 성기었으며 얼굴 표정은 뚱했다.
머리카락도 노리끼리하고 얼굴도 노리끼리했는데
인도에서 태어난지라 항상 이런저런 병을 달고 살았기때문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영국 정부 소속의 관리로 항상 바쁜 데다 본인이 몸이 편치 않았고,
어머니는 아주 미인으로 파티에나 가고 유쾌한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만 좋아했다.
어머니는 딸을 원했던 적이 없어서
내가 태어나자 아기를 아야(유모)의 손에 맡겨 버렸다.
유모는 마님의 비위를 맞추려면 아기를 가능한
한 마님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자주 아프고 칭얼대고 못생긴 아기였을 때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떨어져 자랐고,
자주 아프고 칭얼대고 못생긴 아이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게 되었을 때도
역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 구석에서 살았다.
나는 유모와 다른 인도인 하인들의 짙은 피부색 얼굴말고는
익숙한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고,
그들은 아기가 울면 마님이 화를 낼까 두려워 항상
메리 말에 순순히 따르며 매사 자기 맘대로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여섯 살쯤 되었을 때는 세상에 보기 드물게
제멋대로고 자기만 아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러 온 젊은 영국인 가정교사는
내가 너무 싫었던 나머지 세 달 만에 그만두었고,
빈자리를 채우러 온 다른 가정교사들 역시
항상 전임자만큼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
그러니 내가 진심으로 책을 읽는 법을 배우고자 하지 않았다면
글자조차 익히지 못할 뻔 했다.
아홉 살 되던 해, 무시무시할 정도로 더웠던 어느 날 아침에
나는 약간 찌뿌듯한 기분으로 깨어났는데,
침대 옆에 서 있는 하인이 유모가 아닌 것을 보자 한층 더 앵돌아졌다.
"왜 네가 온 거야?"
나는 낯선 여자에게 말했다.
"너 여기 있는 거 싫어. 유모를 보내줘."
여자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면서도 유모는 올수 없다고 웅얼거릴 뿐이었다.
내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여자에게 덤벼들어 때리고 발로 차자,
여자는 한층 더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유모가 아가씨를 모시러 올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날 아침에는 뭔가 수수께끼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평소대로 질서 정연하게 이루어지는 일이 하나도 없었고,
원주민 하인 중 몇은 없어진 듯 했다.
내가 본 사람들은 잿빛 얼굴에 두려운 표정을 하고
슬금슬금 걸어 다니거나 허둥댔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고, 유모는 오지 않았다.
나는 오전 내내 거의 혼자 있다시피 하다가 마침내
정원으로 어슬렁어슬렁 나가 베란다 가까이에 선 나무 아래서 홀로 놀기 시작했다.
나는 화단을 만드는 척하며
커다란 선홍색 히비스커스 꽃을 작은 흙더미 위에 꽂았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점점 화가 치밀어 유모가 돌아오면 뭐라고 할지,
어떤 욕을 해 줄지 중얼거렸다.
"돼지야! 돼지! 돼지 새끼야!"
나는 말해 보았다.
이 동네 원주민들에게는 돼지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심한 욕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를 득득 갈면서 몇 번이고 이 말을 반복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어떤 사람과 함께 베란다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금발의 젊은 남자와 함께 있었고 두 사람은 서서
낯선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소년처럼 보이는 이 금발 젊은이가 누군지 알았다.
영국에서 갓 온 아주 젊은 장교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는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주로 바라본 대상은 엄마쪽이었다.
나는 엄마를 볼 기회가 있을때마다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었다.
어머니는 키가 크고 늘씬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항상 예쁜 옷들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은 돌돌 말린 비단 같았고 섬세한 작은 코는
세상일들을 죄다 무시하는 듯했으며 커다란 눈에는 웃음기가 돌았다.
어머니의 옷은 다 얇고 살랑거려서 너는 '레이스투성이'라고 말하곤 했다.
오늘 아침에는 레이스가 훨씬 더 많았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커다란 눈은 두려운 빛을 띠고 애원하듯 금발 청년 사관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심해요? 아, 그 정도에요?"
나는 엄마가 하는 말을 들었다.
"심각해요."
젊은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심각합니다, 레녹스 부인.
2주 전에 언덕 지역으로 피난을 가셨어야 했어요."
어머니는 맞잡은 두손을 쥐어짰다.
"아, 이젠 그걸 누가 몰라요!"
그녀가 외쳤다.
"그 시시한 디너파티에 간답시고 머물렀던 거죠.
얼마나 멍청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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