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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 Hodgson Burnett - The Secret Garden - 나 홀로 세상에2.

Joyfule 2017. 10. 21. 09:05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장 : 나 홀로 세상에 2   
     
    바로 그 순간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하인 숙소에서 터져 나와 
    어머니는 젊은이의 팔을 꽉 잡았고,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면서 일어섰다.
    ​울음소리는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어졌다.
    "뭐죠? 뭐에요?"
    어머니는 숨을 헐떡였다.
    ​"누군가 죽었네요."
    청년 장교가 말했다.
    "댁의 하인들 중에서도 발병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안 하셨잖아요."
    "몰랐어요!"
    어머니가 외쳤다.
    "나랑 같이 가요! 같이 가자구요!"
    어머니는 몸을 돌리더니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이후, 소름 끼치는 일들이 벌어졌고, 
    아침의 기이한 분위기가 메리에게도 설명이 되었다.
    치명적인 콜레라가 발생했으며 사람들이 파리 떼처럼 죽어갔다.
    ​유모는 밤새 병에 시달렸고 오두막에서 하인들이 
    그처럼 통곡한 건 유모가 방금 죽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이 되기도 전에 하인 세 명이 더 죽었고
    다른 하인들은 공포에 질려서 도망쳤다.
    사방에는 공포가 넘쳤고 방갈로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뒤죽박죽이 되어 수선스러운 둘째 날 동안 메리는
    아이 방에 숨어서 모든 이에게 잊혀졌다.
    아무도 메리를 생각하지 않았고 찾는 사람도 없었으며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나는 내내 울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다.
    사람들이 아프고, 이상하고 무서운 소리만 들린다는 것밖에 알 수가 없었다.
    식당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가 보니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식탁 위에는 반쯤 먹다 만 음식들이 그대로 있었고 
    마치 저녁을 먹던 사람들이 웬일인가 갑자기 일어나느나 
    허둥지둥 밀어내기라도 한 양 의자와 접시가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과일과 비스킷을 먹었고, 
    목이 말라서 잔 위까지 찰랑찰랑 차 있는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가 달콤한지라 메리는 그게 독한 술이라는 것을 몰랐다.
    곧 졸음이 무겁게 밀려왔고 나는 다시 아이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두막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허둥지둥 
    걸어 다니는 발걸음 소리가 무서웠던 나머지 문을 꼭 닫았다.
    포도주 때문에 몹시도 졸려서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나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방갈로 안팎에서 들려오는 울음과 온갖 소리에도 깨지 않고 푹 잠들어 있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누운 채로 벽을 바라보았다.
    집은 완전히 잠잠했다.
    이처럼 조용했던 때가 없었다.
    목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메리는 모두들 콜레라에서 나았고 
    골칫거리가 전부 끝났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 유모가 죽었으니 이제 누가 돌봐 주나 싶기도 했다.
    새 유모가 오겠지..
    어쩌면 다른 이야기를 알지도 모른다.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는 이제 지겨웠다.
    보모가 죽었다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나는 그다지 정이 많은 아이가 아니었고 누구도 그렇게 썩 좋아한 적이 없었다.
    시끄러운 소리와 허둥지둥 돌아다니는 발소리, 
    콜레라 때문에 나는 통곡 소리에 겁을 먹긴 했지만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듯하여 이젠 화가 났다.
    다들 너무 겁에 질려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꼬마 계집애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람들이 콜레라에 걸렸을 때는 자기 생각만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제 다들 병에서 나았으니 분명,
    누군가 기억하고 나를 찾으러 올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고 내가 누워서 기다리는 동안 집 안은 고요해져만 갔다.
    깔개 위에서 무언가 바스락 거리를 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았더니 작은 뱀 한마리가 슬그머니 기어와서 
    보석 같은 눈으로 메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겁이 나지는 않았다.
    작고 무해한 뱀은 나를 해칠 것 같지 않았고,
    서둘러 집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듯했다.
    내​가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뱀은 문 아래로 쓱 빠져 나갔다.
    "참 이상하고 조용하네."
    나는 혼잣말했다.
    ​"이 방갈로에 나하고 저 뱀하고만 남은 것 같아."
    ​바로 다음 순간, 나는 집 안 부지 쪽에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베란다까지 올라왔다.
    남자들의 발소리였다.
    남자들은 방갈로 안으로 들어오며 낮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아무도 나가 그들을 맞아 주지 않았고
    남자들은 문을 열어 방 안을 들여다 보며 다니는 모양이었다.
    "텅 비었군!"
    한 목소리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저 여자 참 예뻤지. 예뻤어. 아이도 저렇게 예쁘겠지?
    아이가 있었다고는 하는데, 아무도 본 사람은 없다는 거야."
    나는 아이 방 한 가운데 서 있었고 몇 분 후 그들이 문을 열었다.
    나는 못생기고 심통맞은 어린아이인데다 배가 고프고
    창피스럽게도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먼저 들어온 남자는 이전에 아버지와 
    얘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덩치 큰 장교였다.
    그는 피곤하고 어수선해 보였지만 
    나를 마주하자 어찌나 놀랐는지 펄쩍 뒤로 뛸 뻔했다.'
    "바니!"
    그는 외쳤다.
    "여기 아이가 있어! 아이 혼자서! 이런 곳에! 세상에, 얘는 누구지?"
    "전 메리 레녹스에요."
    나는 뻣뻣하게 몸을 펴며 말했다.
    나는 남자가 아버지의 방갈로를 '이런 곳'이라고 하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콜레라에 걸렸을 때 잠들었다가 지금 깨어났어요.
    왜 아무도 안 와요?"
    "아무도 못 봤다는 아이가 얜 가봐!"
    남자는 동료들에게 몸을 돌려 외쳤다.
    "정말로 다들 까맣게 잊어버렸군!"
    ​"왜 나를 잊어버려요?"
    나는 발을 쾅쾅 굴렀다.
    "왜 아무도 안 오냐구요!"
    바니라는 이름의 젊은이는 구슬프게 메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보기엔 심지어 그 남자가 눈물을 삼키려는 듯 눈을 깜빡이는 것 같았다.
    "어린 게 불쌍하기도 하지!"
    남자는 말했다.
    "모두 떠나고 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이처럼 기이하고도 갑작스럽게 메리는 이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부모님은 밤새 죽어서 실려갔고, 
    죽지 않고 살아있던 몇몇 원주민 하인들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서둘러서
    집을 떠나느라 꼬마 백인 아가씨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곳이 그처럼 조용했던 것이었다.
    정말로 방갈로에는 나와 작은 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