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그리운 아버지 품으로 3
크레이븐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에 빠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이 어찌나 생생한지 꿈이라는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
나중에 이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때는
무척이나 맑은 정신으로 완전히 깨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일어나 앉아 늦게 핀 장미 향기를 들이마시며 발에 찰싹찰싹 밀려오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을 때 어떤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다정하고 청명하고 행복하며 아련한 목소리였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양 무척이나 똑똑하게 들렸다.
"아치! 아치! 아치!"
목소리는 그이 이름을 부르더니 이전보다 더 다정하고 맑은 소리로 또 불렀다.
"아치! 아치!"
생각속에서 그는 놀라지도 않고 벌떡 일어섰다.
진짜 목소리처럼 생생했고 무척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
"릴리어스! 릴리어스!"
그는 대답했다.
"릴리어스! 어디야?"
"정원이에요."
마치 황금 피리 소리처럼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정원에 있어요!"
그때 갑자기 꿈이 끝났다.
하지만 크레이븐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 고운 밤 내내 편안히 푹 잠을 잤다.
마침내 잠에서 정말 깨었을 때는 환한 아침이 었었고
시중꾼이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이라 빌라의 시중꾼이 다 그러하듯
외국인 주인이 무슨 기묘한 행동을 하든 묵묵히 받아들이는 데 익숙했다.
아무도 크레이븐이 언제 나가는지, 들어오는지, 어디서 자는지 몰랐고
정원 주변을 돌아다니는지 밤새 호수 위의 보트에 누워 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중꾼은 편지 여러 통이 놓인 작은 쟁반을 들고
크레이븐 씨가 편지를 집어 들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시중꾼이 가자, 크레이븐 씨는 한 손에 편지를 든 채로
잠시 동안 가만히 앉아 호수만 바라보았다.
이상한 평온이 아직도 그에게 남아 있얼 뿐더러 무언가 변한 듯 다른 것도 거기 더해졌다.
과거에 있었던 잔인한 일들이 마치 없었던 일인양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꿈을 기억해냈다.
진짜로, 진짜로 생생하던 꿈.
"정원에!"
그는 혼자 의아해 했다.
"정원에 있다고!
문은 잠겨 있고 열쇠는 깊이 묻혀 있는데."
몇 분후 크레이븐이 편지들을 보았을 때 맨 위에 놓여 있는
편지는 영어로 쓰였고 요크셩서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여인의 글씨체였지만 그가 아는 필체는 아니었다.
크레이븐은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군지 거의 생가도 하지 않고
편지를 뜯었지만 첫 문장이 즉시 시선을 끌었다.
"나리님께
저는 일전에 황야에서 송구하게도 말을 걸었던 수전 소워비입니다.
그때는 메리 아씨에 관한 일이었지요.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도 편지를 씁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가 나리라면 집으로 돌아오겠어요.
돌아와 보시면 무척 기쁜 일이 있을 겁니다.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자면 마님께서도 살아계셨더만
그런 부탁을 하셨을 것입니다.
실례를 용서해 주시길 바라며.
수전 소위비."
크레이븐 씨는 편지를 거푸 읽은 후 도로 봉투에 넣었다.
그는 줄곧 꿈에 관해 생각했다.
"미슬스웨이트에 돌아가야겠어. 즉시 가야겠어."
그는 정원을 가로질러 빌라로 간 후 피처에게
영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라는 명을 내렸다.
어느덧 지난 10년 동안이나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아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세월 동안은 오로지 아들의 존재를 잊고만 싶었다.
이제, 굳이 아들 생각을 할 작정은 아니었지만,
기억이 끊임없이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아들은 살았고 그 엄마는 죽었기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아우성치던 어두운 나날이 떠올랐다.
아기를 보고자 하지 않았고 막상 아기를 보러 갔을 때는
너무나 약하고 불쌍한 존재라 모든 이들이 며칠 안에 죽으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기를 돌보던 이들이 놀랄 정도로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기는 살아남았다.
그러자 이제 모든 이들은 아기가 기형이고 절름발이로 자라날 것이라 믿었다.
크레이븐은 나쁜 어바지가 될 작정은 이니었지만
전혀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를 부르고 온갖 사치스러운 물건을 사 주었지만
아들을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들어 자기 자신의 비참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1년 동안 자리를 비우고 미슬스웨이트레 처음으로 돌아갔던 때
작고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나른하고 심드렁히 얼굴을 들자
검은 속눈썹이 난 커다란 회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가 그다지도 사랑했던 행복했던 눈과 꼭 닮았지만 끔찍하게도
비슷하지 않은 그 눈의 모습에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창백한 얼굴을 돌려 버렸다.
그 후로 크레이븐은 아들이 잘 때밖에 본적이 없었고
그가 아들에 관해 아는 사실이라곤 이제 병자로 확실히 굳어졌으며
사악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며 반즘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화를 많이 내면 아들의 몸에 해롭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자기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어야 화를 내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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