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그리운 아버지 품으로 4
이 모든 일은 돌이킬 만큼 유쾌한 기억들은 아니었지만
그를 태운 기차가 산길과 황금 들판을 구불구불 지나는 동안
'활기를 얻은' 이 남자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
그는 한참을 꾸준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10년 동안 내가 완전히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군"
그는 혼잣말했다.
"10년은 긴 세월이야 이제 뭔가 하기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어.
너무 늦었는지도,
그동안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물론 이건 틀려도 너무 틀린 생각이었다.
시작부터 '늦었는지도'라고 말하면 안 되니까.
콜린이라도 그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크레이븐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수전 소워비가 용기를 내어 편지를 쓴 이유는
그저 이 모성애 넘치는 사람이 그 아이 상태가 더 나빠졌다는 것을,
심각하게 아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그를 사로잡은 기묘한 평온의 마음,
평온한 기분으로 용기와 희망도 함께 가지고 왔다.
최악의 생각에 빠지는 대신에 그는 실제로 더 나은 것들을 믿으려고 했다.
"내가 그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다스릴 수 있을지 모른다고 그 부인은 믿는 건가?"
그는 생각했다.
미슬스웨이트에 가는 길에 부인에게 들러봐야 겠어."
하지만 황야를 가로질러 가는 길에 오두막 앞에 마차를 멈췄을 때,
일고 여덟 명의 아이들이 근처에서 떼 지어 놀고 있다가 그를 보더니
친근하고 예의 바르게 무릎 까닥거려 인사하고는,
어머니는 오늘 아침 일찍 다른 집에 해산바라지하러 황야 저편으로 갔다고 전했다.
게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 디컨'은 매주 며칠 동안
정원 일을 도우러 장원에 간다고 알려 주었다.
크레이븐 씨는 이렇게 튼튼하고 뺨이 불그스레한 둥근
얼굴의 아이 무리를 죽 훑어 보았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각자 특유한 방식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호감이 간다는 사실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이들의 친근한 웃음에 그도 미소를 지었고
주머니에서 소브린 금화(1파운드짜리 영국 금화)를 꺼내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리자베스 엘런'에게 주었다.
"그걸 여덟이서 나누면 반 크라운 정도는 돌아갈 거다."
함박웃음을 짓거나 킬킬 거리거나 무릎을 굽혀 인사를 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크레이븐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
그의 뒤에서 아이들은 환희에 사로잡혀 서로 팔꿈치로 쿡쿡
찌르거나 기뻐서 폴짝폴짝 뛰거나 했다.
경이로운 황야를 가로질러 가노라니 크레이븐은 마음에 위안을 느꼈다.
이제껏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는데 어째서 이처럼 고향에 돌아온 감각을 받는 것일까.
어째서 땅과 하늘, 저 멀리 보라색 꽃들이 무척 아름답다
여겨지고 6백년 동안 그의 혈족이 살았던 오래된 대저택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따뜻해진단 말인가?
지난번에응 닫힌 방과 무늬 비단 커튼이 달린 네 기둥 침대에 누운 아들 생각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 집에서 어떻게든 빨리 멀어지려고 했건만,
어쩌면 그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했고
이제는 아들에게서 물러나고 싶은 충동을 극복한 것일까.
그꿈은 어쩌면 이다지도 생생하고 "정원이에요. 정원에 있어요!"
라며 그를 도로 부르던 목소리는 어쩌면 이다지도 아름답고 선명할까!
"열쇠를 찾아봐에 겠어."
그는 중얼 거렸다.
"문을 열어봐야지.
꼭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
왜인지는 모르지만."
크레이븐이 장원에 도착하자 평소처럼 예를 갖춰 주인을 맞던
하인들은 주인의 모습이 훨씬 더 좋아보이고 평소처럼 피처의 시중을 받으며
외딴 방에 틀어박히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도서관으로 가서 메들록 부인을 불렀다.
부인은 약간 들뜬 모습으로 호기심에 차 얼굴을 붉히며 나타났다.
"콜린은 어떤가요, 메들록 부인?"
크레이븐은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주인님."
메들록 부인이 대답했다.
"도련님, 도련님이 달라지셨어요.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요."
"악화 되었소?"
그가 질문을 던졌다.
메들록 부인은 정말로 얼굴을 빨갛게 붉혔다.
"음, 그게 말이지요."
부인은 설명하려고 애썼다.
"박사님은 보모도 저도 정확하게 도랜님의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콜린 도련님은 좋아지셨을 수도 있고
나빠지셨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식욕도 이해하기가 어렵고 거동도..."
"그 애가 더, 한층 더 이상해졌어?"
크레이븐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주인님.
아주 이상하세요.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갑자기 아귀아귀드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졌는지 이전처럼 식사를 돌려보내시더군요.
절대 영문을 알 수가 없답니다.
주인님은 모르셨겠지만 이젠에는 절대 밖에 안나가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몸이 이파리처럼 파르르 떨린 답니다.
억지로 앉히려 하면 얼마나 화를 내는지,
크레이븐 박사님도 억지로 그랬다가 책임을 질수 없다고 하셨어요.
음, 그런데 어느 날 아무 기색도 없이,평소처럼 짜증 발작을 일으키고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맫일 밖으로 나가겠다고 우기시지 뭐에요.
휠체어는 메리 아씨와 수전 소워비의 아들 디컨이 밀면 된다고 하시면서요.
메리 아씨와 디컨을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답니다.
디컨은 길들인 동물들을 데려오는데. 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그애는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요."
"그 애 모습은 어떤가?"
크레이븐의 다음 질문이었다.
"식사를 제대로 하고만 계시다면, 살이 붙었다고 생각할 만한 모습이세요.
하지만 저희는 그게 단순히 부기가 아닌가 걱정하고 있답니다.
가끔 메리 아씨와 있을때면 아주 이상하게 웃으세요.
이전에는 전혀 웃지 않으셨는데 말이에요.
박사님은 부르시기만 하면 주인님을 뵈러 올 거에요.
평생 이처럼 영문을 모를 일이 없다고 하신 답니다."
"콜린은 지금 어디 있소?'
크레이븐은 물었다.
"정원이에요.
항상 정원에 계신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게 싫다고 다른 이들은 얼씬도 못하게 하셔요."
크레이븐의 귀에는 마지막 말은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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